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과열 문제와 맞닥뜨렸다.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1.3부동산대책이 대선정국과 맞물려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대선 이후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확산되자 새 정부부처 수장의 진열이 갖춰지기도 전에 핀셋 규제에 초점을 맞춘 6.19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대책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을 기다리던 후보자여서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6.19대책이 발표된 지 나흘 뒤 공식 취임한 김현미 장관은 첫 일성에서 “부동산시장 과열이 공급부족 문제 때문이 아니고,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밝혀 사실상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에도 서울·수도권과 지방 일부지역의 부동산 과열은 식을 줄 몰랐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한주 새 수천만원씩 호가가 뛰고, 주말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앞에는 줄서기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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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기간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번을 발표했는데 부동산가격이 많이 오른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면서 “새 정부는 어떤 경우든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8·2부동산대책에는 보유세 인상만 빠졌을 뿐 노무현정부 당시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거래·세제·금융 등의 종합적인 규제가 다시 등장했다. 시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패배한 첫 6·19대책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두번째 8·2대책에는 집값 과열의 진원지로 꼽은 ‘다주택자’와 ‘강남’을 직접 겨냥했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거래내역에 세금탈루 의혹이 있는 지를 집중적으로 캐며 투기를 잡기 위한 옥죄기 행보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청약제도 강화와 LTV 축소 등의 전방위 규제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잘한 것인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하고 있다”(44%)는 응답자가 “잘못하고 있다”(23%)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8·2대책이 당장의 집값 급등세는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풍선효과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 대책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수요가 많은 서울 등 인기지역의 공급이 수반되지 않으면 대책이 단발성 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향후 5년간 서민 주거지원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주거복지 로드맵’을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8·2 대책에서 구체화하지 못한 공적임대주택 연 17만 가구 공급계획과 관련한 세부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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