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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탓 가족 공멸…"물 건너 일본 일 아냐"

채상우 기자I 2017.07.19 05:03:00

가족의 파산
NHK스페셜 제작팀|232쪽|동녘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노모와 아들의 시체는 창호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발견됐다. 아들은 소문난 효자였다. 20년 동안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보살피며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그날 새벽 애타게 찾는 노모의 외침에도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중증간염으로 인한 급사였다. 노모의 마지막은 두 팔로 아들을 향해 기어가는 발버둥이었다.

일본 NHK스페셜 제작팀이 취재를 통해 들여다본 고령화사회의 단면이다. 제작팀은 따뜻한 방에서 노인이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삶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노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사회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4시 복지센터에 더는 ‘가난한’ 노인을 위한 자리가 없다.

결과는 노인 혼자만의 파산이 아니라 가족이 공멸하는 ‘친자파산’. 이 때문에 가족과 떨어진 삶을 선택한 노인이 증가하고, 그렇게 가족과 떨어진 노인은 늘 ‘자살’을 생각한다. 제작팀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 노인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봤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2명 중 1명은 빈곤에 시달리고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비책은 일본에 한참 못 미친다. 책에 담긴 끔찍한 일본의 현실을 두렵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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