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어요③] 해풍 맞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 

강경록 기자I 2017.06.24 00:02:16

부산 해운대구 ‘해파랑길 02코스’

해파랑길 2코스(사진=한국관광공사)

해파랑길 2코스(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볍게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초여름을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숲길을 걷는 것이다. 푸르른 산들바람을 쐬며 조용한 숲길을 걷고, 나무그늘 우거지고 풀 향기 물씬 풍기는 녹음방초의 계절을 온 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이맘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이번에 추천하는 걷기 여행길은 부산 해운대구 해파랑길 02코스 중에서 미포에서 송정해변까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독특한 숲길이다.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아우르는 삼포길

부산에서는 달빛을 받으며 걷는다는 의미인 문텐로드와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아우르는 삼포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보통 숲길이라고 하면 산을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드문드문 바다경치를 즐기며 걷는 숲길은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일품이다.

동백섬은 원래 섬이었으나 퇴적 작용에 의해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가 됐다. 섬 중앙에는 신라시대 유학자였던 최치원 동상과 시비가 있고 동쪽 해벽에는 그가 남긴 ‘해운대’라는 석각이있다. 해운대에서 달맞이의 감흥에 취하여 자신의 자(字)인 ‘해운’을 새겨 넣은 것이라 전해져 온다.

해운대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급호텔들과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그려내는 스카이라인, 수평선에 걸린 오륙도와 유람선의 낭만은 해운대만의 자랑거리이다.

해운대 해변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작은 미포항을 만난다. 미포항을 벗어나자 동해남부선 기찻길을 가로지르게 되고 이어 달맞이길로 들어서면 문탠로드 안내판이 반가이 맞이한다.

◇달빛따라 걷는 ‘문탠로드’

문탠로드는 달맞이길과 바다 중간의 해변 언덕에 조성된 숲길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보름을 전후해 밤이면 ‘문탠로드 걷기 행사’를 한다. 총 2.2킬로미터의 문탠로드는 구간마다 예쁜 이름을 지녔다. 달빛꽃잠길, 달빛가온길, 달빛바투길, 달빛함께길, 달빛만남길 등 아름다운 이름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달맞이길 언덕 정상에는 월출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다는 해월정이 자리 잡고 있다. 소나무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웠으면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들어가려던 최치원마저 발걸음을 멈추었을까. 달맞이고개는 부산 8경의 하나이자 해운대 12경 중의 하나이며 달맞이 고개의 해월정에서 바라보는 월출은 대한8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청사포는 달맞이고개 아래쪽에 있는 작은 포구다. 바다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소나무가 되었다는 망부송이 애달픈 전설을 말해주는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이 소나무를 수호신으로 섬기고 있다.

이어 송정 해수욕장 동쪽 끝 지점에는 죽도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검고 반들반들한 자갈돌로 이어진 산책길은 둘이 나란히 걸어가기에 알맞은 폭이다. 바위 틈에 자리한 송일정이라는 단아한 정자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닷가에 대나무가 서식해서 죽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나 지금은 대나무는 몇 그루 보이지 않고 푸른 소나무와 가지가 넓게 퍼진 동백나무가 우거진 숲을 이루었다.

죽도공원에서 기장 방면으로 조금만 걸으면 송정포구다. 송정등대는 송정어촌계 소속의 어선들을 위한 항로 표지 시설물이다. 어촌계 건물 앞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고 왼편으로는 숙박 단지와 식당 시설이 즐비하다.

구덕포는 송정 해수욕장 남쪽 끝에 있는 작은 포구로 송정해변의 화려함에 치여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여행메모

△코스경로 : 미포~달맞이공원 어울마당~송정해변~해동용궁사~대변항

△거리 : 16.3㎞

△소요시간 : 5시간

△난이도 :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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