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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올 한해 가장 주목한 스타트업은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다. 기존 모바일 송금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누른 후 계좌·공인인증서·보안코드 입력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토스’는 계좌번호가 담긴 문자를 복사해 붙여넣고 암호만 입력하는 등 간편한 방식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올해 ‘토스’앱 주목…O2O 모델 계속 성장
누적 다운로드 500만건을 넘어선 이 앱은 구글플레이 올해의 베스트앱 ‘대상’을 수상했다. 임 센터장 역시 “지난해까지 만해도 토스는 거의 언급 되지 않았다”며 “투자도 투자지만 올해는 정말 많은 사람이 토스를 사용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호평했다.
성장의 뒤편엔 그늘도 있다. 올 스타트업계에서는 ‘피키캐스트’, ‘메이크어스’, ‘잡플래닛’ 등 승승장구하던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이슈 중 하나였다. 임 센터장은 이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고 쇠퇴하는 문제는 생태계서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이슈인 O2O(온·오프라인 연계) 모델의 한계에 대해서는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 중 망하는 곳이 나와야 잘하는 곳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며 “또 치열한 O2O 모델에서도 ‘띵동’, ‘부탁해’ 등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나오며 이곳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 센터장은 “조선·해운산업 같이 수조원의 부정이 일어나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곳에 비하면 스타트업 이슈는 매우 미세한 부분”이라며 “우리 언론이 스타트업의 일희일비에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안될 것 같은 것, 되게 하는 힘이 창업자 능력
우리 스타트업의 고민 중 하나는 유료화·수익모델화다. 임 센터장은 “‘리멤버’, ‘블라인드’ 등 아이디어가 좋은 앱도 수익모델화는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은 맞다”며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30조원에 인수한 ‘링크드인’(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처럼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섣불리 ‘저거 안될 것 같다’는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안 될 것 같은 걸 되게 만드는 힘이 창업자의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임 센터장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던 시사적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그는 “최순실 때문에 창조경제 얘기가 나오면 피식 웃는 상황까지 왔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이름은 당장 바꿨으면 좋겠다”고 농담섞인 제안을 했다. 임 센터장은 “그간 스타트업 정책도 창조경제라는 이름하에 탑-다운(Top-down)식 성과 챙기기에 몰두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팁스 선정 대가로 29억원 상당의 지분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1심)을 받은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사건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한국에서 사건화돼 이해할 수 없었다”며 “모험자본인 벤처캐피털, 그리고 스타트업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외대 경영학사, UC버클리 MBA 졸업. 1995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다. IT(정보기술) 취재를 하면서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 유학 후 다음(현 카카오(035720)) 글로벌부문장, 라이코스 대표 등을 거쳤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만든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개소 때부터 지금까지 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