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사업자 7개에 T커머스 사업자 10개가 가세하면서 유료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쇼핑채널 홍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10개 사업자(홈쇼핑계열 5사, 기타 5사)가 내년 재승인을 앞두고 앞다퉈 유료방송에 채널을 런칭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커머스 채널 과잉은 △소비자 불편뿐 아니라 △송출 수수료 경쟁과다로 인한 커머스 사업자의 경영위기(입점 업체 판매수수료 증가우려)를 낳는다. 비슷한 채널을 비슷한 번호에 모으는 ‘채널 연번제’를 통해 시청권을 보호하고, 돈 있는 곳만 앞 번호를 얻는 걸 막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연번제를 도입하면 △지나치게 송출 수수료가 낮아져 이를 주 재원으로 하는 유료방송(케이블TV, IPTV)의 경영난이 불가피하고 △T커머스 신생 채널에만 도입하면 황금채널에 안착한 홈쇼핑 회사들과의 공정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박도 있다. 그보다는 채널 갯수를 제한하는 ‘채널 쿼터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채널 연번제’는 우리홈쇼핑 등 TV홈쇼핑을 가진 T커머스 사업자들이, ‘채널 쿼터제’는 KT(030200)와 티브로드 등 자회사로 T커머스 채널을 가진 사업자들이 주장한다.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방송 편성의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가장 깔끔한 방식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방송법을 개정하는 것. 정부는 내년 10개 T커머스 사업자 재승인 때 ‘채널 연번제’ 등을 조건으로 부여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황금채널로 불리는 유료방송 25번 이내 채널은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과 홈쇼핑 채널 차지다. 서상기 의원(국회 미방위, 새누리)이 미래부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쇼핑 채널의 황금채널 점유율은 평균 30~35%다. 케이블TV의 경우 홈쇼핑 채널 63.6%가 6~12번을 독차지했다.
그런데 T커머스 사업자들이 올해부터 앞다퉈 채널을 런칭하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 채널은 한정돼 있는데 들어가려는 곳은 많다 보니 송출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에 신규 T커머스 채널 런칭을 준비 중인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지금같은 사업자 자율 협상으로는 돈 있는 회사만 황금채널을 갖게 된다”며 “이는 곧 송출수수료 과열로 이어져 중소 입점 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요인이 된다. 연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T커머스 업체를 자회사로 가진 KT와 티브로드 측은 쿼터제를 지지한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채널 연번제를 도입하면 송출수수료가 대부분의 수입인 케이블TV 회사들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차라리 시청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쿼터제가 낫다”고 말했다.
◇연번제도 쿼터제도 함정…전제조건 논의 시작해야
하지만 채널 전쟁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연번제도 쿼터제도 함정이 있다.
TV홈쇼핑사들이 주장하는 ‘연번제’에는 기존 홈쇼핑은 빠져 있다. 홈쇼핑 채널로는 황금채널에 있으면서 돈을 벌고, 역시 자사가 서비스하는 T커머스 채널은 이를테면 40번대로 들어가 모바일 앱 구매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홈쇼핑사들이 앱 연동 T커머스를 키우면 송출수수료만 줄어들 뿐아니라 정부에 내야 하는 방송발전기금도 줄일 수 있다.
T커머스를 자회사로 가진 유료방송사들이 주장하는 ‘쿼터제’ 역시 빅데이터 분석에 의한 똑똑한 쇼핑으로 T커머스를 키우기보다는 모회사인 유료방송업체의 송출수수료 장사에서만 도움을 받으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 홈쇼핑이 못했던 새로운 맞춤형 쇼핑을 구현하기 보다는 송출수수료 인상과 황금채널의 덕만 보려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채널 연번제를 택하든, 쿼터제를 택하든 이에 대한 보완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번제 선택 시 기존 홈쇼핑 채널 포함 여부나 쿼터제 선택 시 T커머스 투자 활성화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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