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회의원이다]"놀고 먹어도 탓하는 사람없는 게 특권"

강신우 기자I 2015.09.08 06:00:15

12년간 의원생활 한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본 국회의원
“국회의원, 머슴아닌 국민 대표로 떳떳해야”
“고스펙 국회의원 수두룩, 서민은 누가 대변하나”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차장, 정리=강신우 기자] “국회의원 본인이 한 행위에 책임을 안 진다.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 때 출석을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하나. 놀고먹어도 탓하는 사람이 없다. 이게 어떻게 보면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일 안 하고 세비 받는 거다. 본인도 나라도 망치는 길이다.”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12년간의 의원활동을 하면서 지켜본 국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권 위원장은 15·16·17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했다. 2010년에는 국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재도전하는 그는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며 의원생활의 민낯을 밝혔다.

이데일리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막 시작하는 지난 2일 권 위원장의 마포구 마포동 사무실을 찾았다. 그에게 국회의원 생활과 장·단점 등을 들어봤다. “국회의원은 머슴이 아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대표로 떳떳이 의정 활동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국회의원의 역할은 뭔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다. 국회는 주인의 대표다. 국민대표로서 국회의원은 역할 수행에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슴이라는 표현은 쓰면 안 된다. 머슴은 책임이 없는 거다. 다들 정신 차려야 한다. 국회의원이면 당당하고 떳떳하게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 둘째는 지역에 충실해야 한다. 세 번째는 고유 기능인 법 만드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제발 법을 만들고 고치는데 신경 썼으면 한다. 건물 짓고 도로 깔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국민 생활, 생활에 스며드는 법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

-주인 대표인 국회의원, 어떤 분들로 구성돼야 하나.

현재 국회의원들의 평균 스펙을 보면 평균 재산이 10억~20억원쯤 된다. 학력은 대학교 졸업과 대학원 졸업이 상당히 많을 거다. 기본적으로 국민 평균보다는 스펙이 높다. 아마 10% 안쪽부터 1% 이상도 있지 않겠나. 바꿔 말하면 대표성이 약하다는 거다. 국민의 대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스펙과 경험이 다양해야 한다. 의원 전체가 다 대한민국 국민의 1%에 속하는 계층이라고 하면 서민 정서와 서민 이익은 누가 대변하나.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국회 구성은 너무 상향 평준화돼 있다. 현장 활동형으로 일했던 분들이 국회의원이 돼도 일 잘할 수 있지 않나. 의원 구성을 좀 더 다양화해야 한다. 외국은 우리보다 더 다양하고, 생활 밀착형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우리도 이를테면 공천을 할 때 법조인 15%, 공직 출신 15%, 노동계 15% 등 직역별 할당제 같은 장치를 둬서 다양한 색깔이 나와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실명제로 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처럼 법에도 사람 이름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생긴다. 요즘에는 다리하나 놓을 때도 설계자 이름 다 넣는다. 그만큼 책임감이 올라간다. 국민이 국회 욕하는 건 놀고 먹어서 그렇다. 그런데 정작 의원들은 바쁘다고 한다. 왜 바쁜가. 법 만들고 공청회에 표결과 토론 때문에 바쁜지, 지역 행사 쫓아다닌다고 바쁜지 보면 본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얼마 안 된다. 의원 개개인이 다음 선거와 정치후원금 위해서 쫓아 다닌다. 이건 본업이 아니고 사적 영역이다.

-국회 신뢰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국회법 개정해야한다. 4~5달 지역구에 가 있으면 되지. 그 이상 가게되니 국정은 엉망이 되는거다. 국정은 누가보나. 전부 내년 선거로 지역에 내려가 있잖아. 민심을 제대로 듣기 위해 내려 가는 건데, 회기중에도 회의 빠뜨리고 지역 행사에 가는 건 문제다. 국회 규칙으로 회기중에는 공·사적인 일을 막론하고 지역구에 못 가게 해야 한다. 1년에 비회기가 100일은 나온다. 100일동안 지역구 가있으면 되지 뭘 더 있나.

-의원 하실 때 힘든 점이나 좋았던 점은.

국회의원을 12년간 하면서 지역구가 안동이다 보니 인구가 줄고 농업경제가 어려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시장에서 ‘점포정리’라는 문구를 보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중압감이 크다. 자연스레 인구가 줄고 농업이 어려우면 아무리 애를 써도 민심은 제게 한 일이 없다고 한다. 국회의원 때는 태풍 불면 걱정이 앞선다. 태풍에 과일 떨어지면 농민 데모하고, 나도 보상비 더 받아야 내겠다고 애쓴다. 그 책임이라는 중압감이 크다. 국회의원하면 대통령부터 일반 서민까지 만날 수 있다. 그런건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이다. 긍정적으로 좋은데 쓰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오고 이권개입과 청탁 등 나쁜데 쓰면 부패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국회의원에 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뭔가.

47살 나이에 3선을 했다. 젊은 나이에 출세한 거다. 그러다 보니 건방이 든 거다. 젊은 나이에 3선이나 하게 되면 자꾸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지역구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안동과 전라도에 태풍이 동시에 불 때면 지역구 의원으로서 안동에 안 가고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라도로 갔다. 산악회나 지역 행사할 때도 대전에 갔다. 그렇게 몇 번 되풀이되니 민심이 떠나더라. 공자 말씀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이라는 말이 있다. 내 가까운 사람들 따뜻하게 보듬어야 먼 사람들도 온다는 거다. 지난 12년을 반추해 보면 그런 실착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우리 아들·딸 세대들이 정말 걱정된다. 내겐 손녀가 있다. 얘네들이 해도해도 취직이 안된다. 먹고 살기 어렵고, 애낳기 어렵겠구나싶다. 이건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우리 세대들은 가난해도 열심히만 하면 뭐든 됐지만 우리 아이들 세상은 해도 안된다. 그 세상을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하는건 잘못된거다.

모든 일자리는 99, 88이다. 99% 중소기업에서 88% 일자리가 나온다. 여기에 보완책을 내야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있는 일자리에 충실하는것도 중요하다. 연봉 2000만원짜리 일자리 많다. 그런데 미래가 안보이니 안간다. 연봉을 많게는 4000만원 수준으로 충실하게 하면 당연히 몰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책을 펴야 한다. 스웨덴 자동차 회사인 볼보의 경우 본사 이익이 8% 나면, 1차 협력 업체 6%, 2차는 5% 이익률이 난다. 우리도 이렇게 상생할 수 있는 이익배분 구조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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