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 날부턴가는 노래를 바꿔서 불러야 했다. 헌 집을 주면 더 큰 새 집과 함께 돈도 주는 좋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집이 더 가격이 비싸야 정상일텐데 실상은 오히려 더 오래되고 층수가 낮은 아파트일수록 더 비싸지게 됐다. 이런 희한한 일이 우리 역사에 등장한 이유는 도심으로 사람들이 급속도로 몰려들면서 토지가 부족해 발생한 현상이다.
1980년대까지 지어진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들은 주로 5층 정도의 낮은 층수로 동 간 간격을 넓게 지었다. 따라서 아파트 소유주들은 주택 건물 평수와 토지 평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토지를 보유할 수 있었다.
1990년대부터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건축기술의 발달로 대부분 10층 이상으로 지어지고 땅이 부족하다 보니 좁은 공간에 많은 세대를 밀어 넣었다. 아파트 건물 평수는 30평, 40평이어도 실제 토지평수는 2~3평밖에는 되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들이다.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주거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55년에서 1980년 사이에는 매년 평균 90만 명씩 태어났다.
이들이 결혼할 나이인 30세가 되는 해인 1985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30만에서 40만 쌍 정도 결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이들의 주거 공간을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짓고 또 짓고 또 지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 때 지었던 아파트들이 이제는 낡아서 재건축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했으니 주택 200만호 건설을 시작했던 1기 신도시들이 2020년부터는 대단지 아파트들을 재건축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가 집단적으로 낡고 허름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출산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혼인률 역시 계속해서 역대 최저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1인 가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3인 이상의 가족은 줄어들고 있다.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데 아파트는 계속해서 짓고 있고 기존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이제 또다시 새집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2020년부터 신규로 필요한 주택 수는 약 20만 채 정도다. 그런데 사망한 사람들은 주로 한 집에서 부부가 살다가 남편이 먼저 사망하고 그 집에서 아내가 살다가 사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망하기 전에는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을 한다. 즉 사망을 하면서 집을 내놓거나 (요양)병원으로 입원하면서 집을 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을 필요로 하는 숫자보다 내 놓는 숫자가 더 많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집값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재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재건축은 누구의 돈으로 하나. 지금까지의 재건축은 기존 주택 숫자의 120%에서 300%까지 늘려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헌 집을 주면 더 큰 새 집도 주고 돈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기분담금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헌 집을 주는데도 새 집을 주기는커녕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더 많이 지어도 분양이 되지 않으니 집을 짓는데 드는 비용을 주택 소유주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원래는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 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으로 준비하고 있는 세대의 노후는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노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렸을 적 부르던 그 노래를 아무리 불러봐도 웃돈은커녕 헌 집을 새 집으로 맞교환해줄 두꺼비는 이제 더 이상 찾을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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