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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장수기업 DNA]아모레 '최초' '최고' 혁신을 이끌다

최은영 기자I 2015.01.02 06:00:00

'동백기름'에서 '에어쿠션'까지
'해방둥이'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
최초 수식만 여러개, 대한민국 장업계 산역사
개성에서 시작해 태평양 건너 세계로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의 청년시절(사진 위). 서 선대회장은 국내 최초 브랜드 화장품 ‘메로디크림’과 최초의 순식물성 오일 ‘ABC포마드’를 선보여 히트시켰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당나라 시인 두보는 “70세를 산다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하여 ‘고희(古稀)’라고 칭했다.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 즉 마음이 내키는대로 하더라도 법도 즉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고 하였다. 창립 70돌.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역사가 그러하다.

아모레퍼시픽은 ‘해방둥이’다. 모든 물자가 부족해 원료 구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인 1945년 9월 문을 열었다. 70년이란 긴 역사를 단 몇 줄로 정리해 밝히기는 쉽지 않다. 세 차례 바뀐 회사 이름과 주인,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히트 상품이 단서가 될 수 있다.

창립 당시 회사명은 ‘태평양화학공업사’였다. 창업주인 고 서성환 선대회장은 가내수공업으로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던 모친의 장사를 돕다가 개성에 회사를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사’
차리고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때 만든 제품이 국내 최초 브랜드 화장품인 ‘메로디크림’(1948)과 국내 최초 순식물성 오일 ‘ABC포마드’(1951)다. 날림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기승을 부리던 때 등장한 메로디크림은 좋은 제품에 대한 여성들의 목마름을 채워줬다. 반고체 남성용 머릿기름인 ABC포마드는 한국전쟁 시절 특히 부산 일대 남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휴전 직후인 1954년에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로 사옥을 이전했다. 한강로에 터를 잡은 이후에는 빠르게 커나갔다. 1959년에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코티와 기술 제휴를 맺었으며 1962년에는 영등포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최초로 화장품(오스카 화장품)을 해외에 수출한 것도 선대회장 때다. 같은 해인 1964년 ‘아모레’ 상표를 도입, 업계 최초로 화장품 방문판매 제도를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1966년에는 세계 최초의 한방 화장품인 ‘ABC 인삼크림’을 출시했다. 21세기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상품인 ‘설화수’의 모태가 된 제품이다. ‘설화수’는 2009년 국내 화장품 중에서 처음으로 단일 품목 매출액 5000억원을 넘어섰다. 한방화장품 개발에 열정을 쏟은 지 43년 만에 일군 성과
아모레퍼시픽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ABC 인삼크림’과 ‘설화수’.
다.

선대회장은 회사명을 1987년 태평양화학으로, 1993년 태평양으로 다시 변경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설립 당시에는 화학공업기업으로서 기술을 강조했다면 1990년대 초반부터는 뷰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립 이후 50여 년간 사용해오던 ‘태평양’이라는 사명을 접고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건 2002년이다.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그때, 지금의 서경배 회장 체제 아래 아모레퍼시픽은 CI를 새롭게 구축하고 기업문화를 재정비했다. 사장, 팀장, 부장 등 모든 직위에서 호칭을 없애고 ‘~님’으로 통일,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갖춘 것도 이때다. 회장도 예외는 없다. 사내에선 “서경배님”이다.

‘아모레(AMORE)’는 이탈리아어로 사랑을 뜻한다. 악보에서 ‘애정을 가지고 사랑스럽게 연주하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퍼시픽(PACIFIC)’은 선대회장의 꿈이 담긴 태평양을 영어로 바꾼 것. ‘아모레퍼시픽’은 여성과 남성, 감성과 이성, 전통과 미래, 자연과 과학 등 상반된 아름다움의 조화를 추구하는 회사의 방향성을 바로 보여준다.

세계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점을 두는 곳은 중국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소비시장에 주목하고 1990년대 초반 일찌감치 중국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 연구·물류·생산 통합사업장을 만들며 ‘아시아 넘버원’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국가별 특성에 맞게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수분크림으로 유명한 라네즈는 기후의 영향으로 피부가 건조한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미 지난 2013년 상반기 글로벌 매출이 브랜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을 정도다. 전 세계 스킨케어 3위 시장인 미국은 최고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한방화장품 ‘설화수’로 공략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향수가 화장품 전체 시장의 30~50% 가량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 ‘롤리타 렘피카’ ‘아닉구딸’ 등 향수로 정면승부에 나서고 있다. 색조라인인 에뛰드하우스는 ‘공주’ 콘셉트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브랜드로 또 다른 색깔을 내고 있다.

최근 히트작은 아이오페의 ‘에어쿠션’이다.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것으로 2008년 출시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메이크업 시장의 흐름을 바꿔놨다. 이후 라네즈 BB쿠션, 헤라 UV 미스트 쿠션 등 그룹 내 13개 브랜드를 통해 출시된 쿠션 제품은 2013년 한해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120만 개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총 1260만 개가 팔리며 32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14년 상반기에는 누적 판매량 3000만 개를 넘어섰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100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설화수가 그룹이 추구하는 ‘아시안 뷰티’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라면, 쿠션은 기술의 진화를 입증해 보인 대표적인 상품”이라며 “아이오페 에어쿠션처럼, 이니스프리처럼 세계인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할 최초이자 최고의 혁신 제품을 만들어 아모레퍼시픽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배 회장은 아버지의 꿈을 이어 받아 아모레퍼시픽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웠다. 70년 노력의 결실인 ‘아이오페 에어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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