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비선실세 의혹, 감쌀 것만은 아니다

논설 위원I 2014.12.08 06:00:00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사태로 표출된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이자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며 거듭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어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당소속 예결특위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서 내용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언급했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언론에선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의 국정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후속 보도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작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러한 언급으로 여당이 언론 보도와 야당의 주장에 장단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이번 돌출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돌파로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 씨와 일부 핵심 비서관들이 정부 고위직 인사에 깊이 관여해 왔다는 얘기는 벌써부터 파다하게 전해지던 터였다. 장·차관들이 인사를 하려면 비서관들의 눈치부터 살핀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사안의 성격상 서로 쉬쉬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서 ‘찌라시’라고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박 대통령이 정 씨에 대해 “오래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고 했지만 지난 4월에도 관계 비서관들과 전화 연락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조차 청와대 주변 인적쇄신론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혹 제기를 공연한 ‘국정 흔들기’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이 문제다. 언론 보도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왜 그런 얘기들이 나오게 됐는지 먼저 원인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의 언로가 여전히 막혀 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내년이면 박근혜 정부도 벌써 3년차로 넘어간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도 문제의 소지를 그대로 안고 가서는 안 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