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조금만 더 관심을

천승현 기자I 2014.11.24 07:00:00
[이경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대표] 2~3년 전부터 어깨가 결리고 목이 뻐근하기 시작하더니 몇 개월 전부터는 팔에도 통증이 오는 것이 아닌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많은 데서 오는 것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냈는데, 친한 정형외과 의사가 그러지 말고 자기병원에서 MRI를 찍어보란다.

못 이기는 척 가벼운 마음으로 찍었는데, 그 날 저녁 원장이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청천벽력의 문자를 보내오는 것이 아닌가. 놀라 대학병원에 갔더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신경이 마비될 수 있다고 하였다.

수술은 정형외과가 아닌 신경외과 전문의로부터 받아야 하고. 걱정스런 표정의 나를 위로하려는지 담당 교수님께서 “뭐, 아주 큰 수술은 아닙니다. 6시간 정도밖에 안 걸려요” 라고 말씀하셨으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입원하여 수술 전 준비를 마친 다음 주위의 걱정을 뒤로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아프지 않을까? 안 깨어나면 어쩌지?” 하는 철없는 생각만 들었다. 흡입기를 입에 대는 순간부터 기억은 없었고, “팔 들어 보세요. 고개도 돌려 보구요” 꿈속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만이 들렸으며,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다.

예상보다 1시간 30분이 더 걸렸다는 소식은 나중에야 알았다. 수술 잘됐다는 교수님의 말과는 달리 아예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그보다 더 한 것은 견디기 힘든 통증이었다. 진통제를 먹을 때만 조금 나을 뿐, 아파서 아예 움직일 수도 없었고, 움직이기도 싫었다. 수술 다음 날부터 걸어보라 하였으나, 걸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억지로 걸어보려 하였으나 10미터 정도가 한계였다.

건강할 때는 몰랐는데 아파보니 병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통증이었다. 진통제도 완전히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의사들은 통증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진통제 처방을 늘려받은 것도 간신히 성공했다. 반면 간병인은 “수술받고 나면, 무지 아파요. 진통제 많이 달라고 하세요”라고 하거나, 담당간호사분이 생각보다 통증이 오래가니 아프면 바로 얘기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별거 아닌 그 말에 위안을 받았다. 사실 통증은 감각이 아니며 질병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은 해당 질병만큼 아니 때로는 그 이상으로 통증 때문에 괴로워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좌우된다. 그럼에도 진료의 일선에 있는 의료진, 특히 의사들이 통증에 조금 덜 민감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많은 환자를 경험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1~2번 겪는 일이라 통증을 느끼는 강도는 훨씬 강하다.

문득 학부시절에 환자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비위관을 서로 삽입하도록 시키신 은사님이 생각났다. 마취약 바른 비위관이 코를 통해 위까지 갈 때의 그 기분은 물론 마취약에 의한 아픔도 상당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힘들어하는 통증을 이해하는 것도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것일 게다.

매일 수술, 외래, 논문과 씨름하시는 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통증과 같이 환자들이 힘들어 하고 불편해 하는 것들에 대해 치료만큼, 아니 그에 기울이는 노력의 20~30%만이라도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환자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의사분들 환자들의 불편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안 될까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