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저커버그 일행의 수원사업장 방문은 ‘견학’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4일 저커버그 일행과의 만찬을 마치고 “저커버그의 수원사업장 방문은 벤치마크를 위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매년 벤치마크 대상 기업을 방문하는 데 이번 벤치마크 대상이 바로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저커버그의 한국에서의 행보는 다른 아시아 지역 일정과 사뭇 다른 모양새를 보였다. 방한 직전에 저커버그는 인도네시아를 방문,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인 ‘인터넷닷오알지(Internet.org)’ 확대를 위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 등과 의견을 나눴다. 인도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예방하는 등 국가 수뇌부와 만남을 가지면서 인터넷에 대한 담론을 주로 나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의 미래를 위해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찾았다. 특히 삼성 디지털시티에선 두 회사의 성공 요인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커버그는 IM부문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가전, 반도체 등 모든 사업분야의 임원들과 업계 현황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삼성전자 사업에 관심을 표명했다. 저커버그는 뒤늦게 전자 산업에 뛰어들어 소니 등 일본 업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의 성공스토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삼성과 페이스북의 파트너십은 점차 굳건해지고 있다. 양사는 삼성전자가 지난 9월에 공개한 가상현실 기기 ‘기어 VR’을 통해 협력한 사례가 있다. 이 제품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스타트업 기업 오큘러스와 삼성전자 합작품이다.
저커버그와 동행한 샌드버그 COO는 “삼성은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미래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기기·통신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헬스케어나 모바일 결제 등의 사업에서 페이스북과의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대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페이스북의 미래를 삼성에서 찾으려는 저커버그의 승부수가 세계 IT 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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