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중공업, 파업 말고는 방법이 없는가

논설 위원I 2014.09.24 06:00:00
현대중공업 노조가 어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내일까지로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찬반투표를 서둘러 진행한다는 점에서도 파업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지난 19년 동안 임단협에서 무분규 타결 기록을 세워왔던 현대중공업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자체로 은근히 걱정된다.

회사 측에 대해 급여를 올려 달라는 것이 파업을 강행하려는 가장 큰 목적이다. 나름대로는 명분과 근거도 없지 않을 터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범(汎)현대 소속인 현대자동차와 비교해 자신들의 기본급과 성과급 등이 차이가 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 측이 “이웃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는 요구조건 쟁취를 위해 해마다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며 파업을 독려하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영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분기에 무려 1조 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냄으로써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으로 최근 수뇌부까지 교체한 마당이다.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의 적자폭이었다. 그동안 세계 1위였다는 명성과 영광도 저만치 떠나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영업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세계 시장을 살펴보아도 전망은 그리 밝지가 않다.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으나 현대중공업이 가장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중국의 경쟁업체들은 저임과 기술력 향상으로 속속 국내 업체들들 따라잡고 있으며, 일본 업체들도 엔저 바람을 타고 조선소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끝내 파업을 강행한다면 가뜩이나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조선업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게 될 것이 뻔하다.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파업보다는 서로 힘을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이 우리 경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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