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명절에는 차례 준비, 손님맞이, 장거리 운전 등을 하면서 어깨 피로가 쌓이게 마련이다. 단순 근육통은 며칠 쉬면 차차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어깨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어깨 힘줄 퇴행이 진행되고 수십년간 가사 노동을 한 중장년층 주부는 어깨충돌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깨충돌증후군 중에서도 어깨 가시뼈가 자라나 힘줄과 마찰, 통증이 생긴 경우는 휴식이나 찜질, 파스 등으로는 낫지 않는다. 증상을 방치했다가 힘줄 손상이 심해져 아예 끊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명절 후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어깨 위로 올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어깨충돌증후군, 방치 시 힘줄 파열로 악화
중장년층 주부는 어깨 통증이 느껴지면 으레 오십견으로 여기고 온찜질이나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과 찜질, 스트레칭 뒤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다른 어깨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바로 어깨충돌증후군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를 처마처럼 덮고 있는 견봉과 위팔뼈인 상완골 사이가 좁아져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어깨를 둘러싼 힘줄(회전근개)과 충돌,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어깨관절이 건강하면 견봉과 상완골 사이 간격이 충분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근력이 약해지거나,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이 있을 때는 이 간격이 좁아져 상완골 위쪽의 힘줄이 견봉과 부딪히게 된다. 노화에 의해 어깨뼈에 가시뼈(견봉하 골극)가 자라나 힘줄을 자극하는 것도 어깨충돌증후군의 원인이다. 팔을 어깨 위로 들어올릴 때 힘줄이 뾰족한 어깨 가시뼈에 부딪혀 손상되고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태연 날개병원 원장은 “중장년층 여성은 노화가 시작돼 힘줄과 근력이 약해진데다 집안일이나 여가생활을 하면서 어깨를 반복적으로 과사용해 어깨충돌증후군이 생기는 사례가 잦다”며 “방치하면 힘줄이 점점 더 손상돼 아예 끊어져버리는 회전근개파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통증이 있으면 참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란히-만세 동작 안되면 어깨충돌증후군 의심
만약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올릴 때나 머리 위쪽에서 팔을 움직일 때 즉 앞으로 나란히나 만세 동작을 할 때 아프면 어깨충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높은 선반에서 그릇을 꺼내지 못하고 이전에는 거뜬히 들었던 물건이 무겁게 느껴지며 손을 뒤로 돌려 옷 입기도 힘들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어깨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동반된 경우 밤에 잘 때 통증이 심해지고 아픈 쪽 어깨를 아래로 하고 옆으로 누워 자기 어렵다.
중년 이상 연령층에서는 어깨 통증이 있으면 오십견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는 오십견보다 어깨충돌증후군을 포함한 힘줄 질환인 경우가 훨씬 많다. 두 질환을 구별하는 방법은 어느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지 살펴보면 된다. 오십견은 어깨가 굳어 통증이 생긴 질환이기 때문에 어깨를 만지면 아프다. 다른 사람이 들어 올리려 해도 통증 때문에 올리기 힘들다. 반면 스스로는 힘이 없어 팔을 올리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 올릴 때 올라가면 힘줄이 손상된 것이다.
명절 연휴 무리한 가사 노동으로 인해 어깨충돌증후군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깨를 혹사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거운 물건 들기, 단단한 식재료 썰기, 손빨래 등은 되도록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채칼, 믹서기 등 주방기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휴 후에도 적어도 이틀 정도는 어깨를 쓰는 일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스트레칭으로 어깨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양 손으로 뒷목덜미를 받치고 가슴을 하늘을 향해 펴기 ▷양 팔을 위로 뻗어서 한 손으로 다른 쪽 팔꿈치를 잡고 당기기 ▷양 팔을 앞으로 뻗어 한 팔을 구부려 다른 쪽 팔꿈치를 감싸 안고 당기기 ▷두 손을 등 뒤에서 X자로 교차해서 한 손으로 다른 쪽 팔을 잡아당기기 등을 꾸준히 해준다. 가벼운 어깨 통증이 시작될 때는 온찜질로 근육을 풀어준 뒤, 어깨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 한도 내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반복한다.
이런 노력으로도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 X-RAY 등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태연 원장은 “어깨충돌증후군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며 “그러나 견봉 아래에 골극이 자라난 상태라면 견봉 부위를 다듬어주는 견봉성형술, 회전근개가 파열됐다면 이를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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