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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은행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상당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비외감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신뢰할 만한 재무제표가 없어 신용분석의 기초인 현금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량 정보보다는 정성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형 금융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은행과 중소기업이 장기간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중소기업은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은행으로선 핵심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런 관계형 금융을 하려면 은행으로선 많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성 정보는 일시에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단편적인 정보들이 축적돼야 형성된다. 따라서 대출 금리나 수수료가 이런 비용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관계형 금융이 이어질 수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공개(IPO)까지 가려면 대략 12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물론 은행 대출도 필요하다. 현실은 어떨까.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0년 5498억원에 이르던 엔젤투자자의 투자금액은 2011년 409억원으로 급감했다.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금액(한국벤처캐피탈협회)은 2002년 6177억원에서 지난해 1조3845원으로 늘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업력 7년 초과 기업에 투자금이 몰렸다. 투자가 급격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기업에만 투자금이 몰린 셈이다.
지난해 미국 서부의 상업은행들을 방문했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실리콘밸리 뱅크(SVB)와 자산규모 25위의 코메리카(Comerica) 은행, 벤처금융 특화 은행인 스퀘어 원(Square 1) 등으로 미국 벤처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은행들이다. 이들 은행은 오직 현금 흐름분석을 통한 벤처기업 대출에 집중한다. 지분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벤처캐피털에 대한 간접투자는 제한적으로 할 뿐이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대출금리는 높은 편이다. 벤처대출을 취급하면서 산업 전문가를 따로 두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런 영역은 전적으로 벤처캐피털리스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금융은 단기간에 물량 투입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각자의 유인에 기초해 거래가 형성되고 장기간의 신뢰를 통해 제도화될 때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영국의 씨티나 미국의 실리콘밸리 금융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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