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실리콘변두리⑤] 바이두 보며 네이버 걱정되는 이유

김유성 기자I 2014.08.13 06:00:0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인터넷 시장이 성장하면서 바이두 성장 또한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터넷 업계에 대한 검열과 규제로 해외 인터넷 기업 활동이 차단된 사이 바이두는 빠르게 확장중입니다.

얼마전까지 바이두는 ‘구글 짝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이트 모양 자체도 영어가 한자로 바뀌었을 뿐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이두는 지금은 진짜 ‘구글’에 필적하는 업체가 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혁신 작업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2000년대 초반 전세계 주목을 받았던 국내 포털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갇혀 ‘혁신없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점과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지난달에는 바이두가 무인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린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구글의 완전한 무인 자동차와는 아직 차이가 있습니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인 것이지요. 그러나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하고 지도 서비스와 결합돼 있습니다. 나름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진화중입니다.

지난해에는 구글안경과 닮음꼴 ‘바이두 아이(Baidu eye)’를 공개했습니다. 기본적인 기능과 형태는 구글글래스와 비슷합니다. 본 매출과 당장은 상관없는 사업에 대한 연구 개발비를 늘리고 있는 모양이 영략없는 구글입니다.

반면 우리 IT기업, 특히 인터넷 기업은 주력 사업외에 새로운 연구에 좀처럼 시도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덩치가 작으면 대기업에 종속되고 덩치가 커지면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구습이 나오곤 합니다. 국내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도 이에 대한 반성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구글 짝퉁’이라고 바이두를 욕하기에는 우리 입장이 옹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바이두와 네이버의 매출 추이를 봐도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바이두가 중국 시장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 하지만 매출 등에 있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는 바이두를 앞섰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바이두 매출은 약 1조3000억원, 네이버는 2조1500억원 정도였습니다. 이후 네이버가 성장 둔화에 빠진 가운데 바이두는 70~80%씩 급성장했습니다. 바이두는 2011년 2조4000억원, 2012년에는 3조7000억원, 지난해에는 5조3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매출로만 봤을 때는 네이버(2조3119억원)는 바이두(약 5조 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바이두의 무서움은 매출 성장세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2009년까지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9%대였습니다. 2012년에는 10.3%, 2013년에는 12.8%까지 이 비중을 늘렸습니다. 이 비율이 12~13%인 구글과 비슷합니다. 연구개발 비율만큼은 이미 구글화가 됐습니다.

매출은 급등하고 연구개발 비용마저 커진다면 바이두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을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비교해 낫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중국 IT 기업들은 어느새 우리 턱 밑을 넘겼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자료 : 각사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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