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 거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글로벌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발간한 ‘국내외 기업의 우리나라 FTA 활용전략’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국과 맺은 FTA는 서로 촘촘히 연결돼있다”며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기업들도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를 글로벌 시장 진출 또는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DDM Style(동대문 스타일)’을 주목하고 있던 영국의 초저가 의류 소매유통기업 프라이마크(Primark)는 한-EU FTA 시행 이후 영국에 동대문 패션타운을 옮겨 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나섰다. 최대 13%에 달하던 수입관세를 적용받지 않게 된 것은 물론 6000유로(약 830만원) 이하의 소액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통관이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공급받아 계절별 유행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유럽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일본 공작기계 제조사 나카무라토메는 한-미, 한-EU FTA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조시설을 한국으로 옮겼다. 일본 내 제조업 생산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검토하던 중 제3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한국을 선택했다. 한국은 우수한 산업기반과 투자환경을 갖춘데다 FTA가 해외 시장까지 확보하게 해줬다고 나카무라토메는 평가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KT(030200)와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이 EU 기업들의 막강한 텃세를 이기고 폴란드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한-EU FTA를 통해 현지에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FTA를 통한 관세 인하가 가격경쟁력 확보에 큰 몫을 한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코트라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기업들로서는 주요국 시장에 수출할 때 관세인하 특혜에 시장 및 투자지로서의 입지여건이 강해진 한국을 주시하게 됐다”며 “다만 중국 기업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중국 내 생산조건이 FTA 등 외부환경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은영 코트라 통상지원실 부장은 “FTA의 특혜조건은 기업들에게 많은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복합적 수단 중 하나로 FTA를 고려하되 기업의 생산 활동에 FTA가 최적의 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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