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외신을 뜨겁게 달군 화두가 있다. 지난 5월 인터넷 검색 엔진 공룡 구글을 쓰러뜨린 ‘잊혀질 권리’ 얘기다.
발단은 스페인에 사는 곤잘레스라는 평범한 남자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이름을 구글 검색창에 넣으면 1998년 1월19일과 3월9일자 스페인 신문 ‘라 방구아르디아’로 연결되는 링크가 페이지에 뜬다. 기사에는 그가 한 때 사회보장 채무 집행을 위해 압류 소송 등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0년 곤잘레스는 스페인정보보호원에 청원을 제기했다. 왜 10년도 더 된 불명예스러운 개인 정보를 남들이 함부로 봐야하냐는 것이 주장의 요지였다.
스페인정보보호원은 곤잘레스 청원을 받아들였지만 구글은 반발했고 사건은 유럽사법재판소로 넘겨졌다.
그러나 지난 5월13일 유럽사법재판소마저 곤잘레스 손을 들어준다. 이것이 이른바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잊혀질 권리‘ 판결이다.
판결 이후 구글은 세계적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구글이 지난 두 달간 받아들인 삭제 요청만 7만 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아직도 하루 평균 1000건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판결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사 3곳은 구글이 자사 기사들 중 일부를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도록 삭제했다며 이는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2년전 제프리 로슨 조지워싱턴 법대 교수가 잊혀질 권리가 세계적 논점이 될 것이고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아 정의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체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이용자가 정보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없이 해당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공직자 망언, 강력 범죄 보도 등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삭제될 상황이다.
잊혀질 권리가 어느 정도로 인정되어야 할 지, 그 판단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 지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