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래 삼년, 벙어리 삼년...해녀들의 척박한 삶
일년 중 6월에만 우뭇가사리 채취 가능... 작업일수는 20일 불과
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의 해변 탐방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휘~익~휘이익~’. 길고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가 파도와 함께 제주도의 해안가로 흩어진다. 바닷속을 바쁘게 드나드는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다. 바다에 빠져들기 전 해녀들이 내는 들숨소리다. 제주 사람들은 이를 ‘숨비소리’라 부른다. 밖에서 듣는 사람들은 그저 휘파람 소리에 불과하겠지만 매일 바다로 뛰어드는 잠녀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삶의 소리’다. 해녀를 제주에서는 잠녀 또는 좀녀라고 부른다. 검은 고무 옷을 입은 해녀들은 테왁(해산물을 담는 망이 달린 물에 뜨는 물건)에 의지한 채 넓은 바다를 떠다니며 쉬지 않고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잠시 숨을 고른 해녀는 그렇게 다시 ‘휘~익~휘이익~’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는 이내 하늘을 향해 힘찬 발길질을 던지곤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제주에서 만난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다.
| 제주시 고산리 앞바다에서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고 있는 늙은 해녀의 모습. 이제는 나이가 들어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해초를 채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물 빠진 해변에서 우뭇가사리를 뜯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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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래 삼 년, 벙어리 삼 년’
“평생을 바당(바다)서 물질호멍(물질하면서) 살았수다(살았어요).”
올해 여든셋이라고 소개한 한 해녀의 푸념 섞인 말엔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는 물질이 힘든 나이. 그의 깊은 주름이 고된 노동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할망 볼거시 머시 있다고 찍수깡(찍습니까)”이라며 퉁명하게 내던지는 물음. 눈과 손은 여전히 바위틈의 우뭇가사리를 뜯고 있었다. 거친 손과 굽어진 허리에서 삶에 무게가 느껴진다.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동네 주민들이 모였다. ‘바다밭’을 일구기에 여념이 없다. 마을 주민들이 경운기와 농사용 트럭을 몰고 나온 가운데 해녀들이 바다에 주황색 테왁을 띄워두고,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을 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수백 아니 수천년을 이렇게 자연을 경외하면서 순응하고 때로는 거기에 당당히 맞서며 세파를 헤쳐 대대손손 물질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 아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운명같고 굴레같은 해녀들의 척박한 삶을 이르는 이곳 속담이다. ‘좀녀 애기 나 사을이믄 물에 든다’고 할 정도니 이 섬에서 태어난 여성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하다. 제주에서 여자로 태어난 죄. 그 고단한 일상을 멍에처럼 짊어진 해녀들의 삶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인적이라고 해야 할 여성성에 탄복하기도 전 애잔한 슬픔이 먼저 밀려온다.
| 물속에서 우뭇가사리를 채취하고 물 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고 있는 해녀의 모습. 작은 테왁에 의지한 채 깊은 바다 속에서 몇시간씩 작업을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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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로 거둔 우뭇가사리
요즘 제주 동부지역 바닷가 주민들은 바쁘다. 1년 내내 채취가 금지됐던 우뭇가시리 철이기 때문이다. 우뭇가사리 채취는 주로 6월에만 이뤄진다. 날씨 좋은 날에만 채취가 가능해 보통 20일 정도 작업이 가능하다. 약 200만원 정도 번다고 하니 수입은 제법 좋은 편이다.
제주에서는 우뭇가사리를 처음 채취하는 날을 ‘조문하는 날’이라고 한다. 구좌읍 9개 어촌계의 해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한다. 해안에서 채취작업하는 해녀만 70여명.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백명에 달했지만 이제는 그 명맥도 거의 끊어진 상태란다. 숨비소리 울려퍼지는 해안가 주변에는 우뭇가사리를 실어나르기 위해 늙은 할아방(남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할아방들은 물질을 하지 않는다. 다만 물질 나간 할망 옆을 지키며 숨비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고보니 제주에는 해녀만 있고 해남은 없다. 조선 인조 때 제주목사가 ‘남녀가 어울려 바다에서 조업하는 것을 금한다’는 엄명을 내린 이후부터라고 전해진다. 할아방들은 할망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어촌계를 통해 위판한다. 한경호 제주시 김녕어촌계장은 “우뭇가사리 채취는 5~6월이 절정”이라며 “이 시기에 북제주군 구좌읍 일대를 방문하면 해녀들의 물질 모습과 함께 길 위에 넓게 펼쳐진 붉은빛의 우뭇가사리 장관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해녀들이 잡아올린 우뭇가사리로 제주산 양갱인 ‘제주웰갱’을 만들었다. 무르고 다디단 양갱에 녹아 있는 제주 해녀의 고된 삶이다.
| 협재해변 갯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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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 해변
이른 더위에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는 여행객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멀리갈 필요가 있는가. 제주 내 해수욕장 12곳이 6월 말까지 차례로 문을 연다고 하는데. 제주의 대표적인 해변은 함덕서우봉·이호테우·협재·중문색달해변이다.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에 충분한 편의시설을 갖춘 데다 다양한 해양레저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입지 여건도 아주 좋다. 이호해변은 규모는 작지만 제주시내서 가깝고, 공항에서도 가까워 여름이면 밤낮으로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중문해변은 신라·롯데·하얏트 등 특급호텔들이 몰린 중문관광단지 앞에 있다. 편의시설과 관리 등 여러 면에서 제주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게다가 웅장한 해안절벽을 끼고 있어 각종 편의시설과 서핑·보트 등 해양레저시설이 다양해 호텔 투숙객들이 주로 몰린다. 함덕해변은 조개껍질이 부서져 이뤄진 흰 해변과 연초록 바다 빛깔이 눈부신 대조를 이루는 곳. 함덕과 더불어 협재해변은 완만하고 넓은데다 해안 주변 경치도 아름다워,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 이른바 ‘물 좋은’ 해변으로 꼽힌다.
이밖에 우도의 홍조단괴해변과 한림의 곽지해변도 물빛이 좋다. 곽지해변은 규모(길이 350m)가 크지는 않지만 해안 곳곳에서 차가운 용천수(산물)가 솟아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제주에서 가장 모래밭이 넓고 완만한 해수욕장은 표선해비치해변이다. 썰물 때 큰마음 먹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바닷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봤자 물은 무릎 부근에서 찰랑일 뿐. 모래밭 너비가 200m를 넘는다는, 지독하게 완만한 해변이다.
◇여행메모
△가는길
구좌읍의 우뭇가사리 채집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제주공항에서 시계방향으로 1130번 국도를 따라 가다 함덕서우봉해변과 김녕해수욕장을 지나 구좌
읍으로 들어서면 된다. 제주해변 일주도 1132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렌트하고 운전대를 시계방향 또는 시계반대방향 어디로든 향해도 된다. 해변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이내 크고 작은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들을 만나게 된다.
△먹거리
▷좀녀의 집=구좌읍 해안도로에 천막을 친 포장마차 같은 곳이다. 해녀들이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회나 죽을 판매하는 곳. 대표적인 음식은 전복죽과 보말죽이다.
△잠잘곳
제주시 한복판에 특1급호텔인 롯데시티호텔제주가 새로 들어섰다. 공항에서 간다면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스위트룸과 디럭스룸, 슈페리어룸 등 다양한 크기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객실요금은 30만원부터. 다목적 연회장과 화상회의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세련된 결혼식을 연출할 수 있는 최신 음향과 조명기기 등도 갖추고 있다. 064-730-1000.
| 한 평생 제주에서 물질하며 살았다는 올해 여든 셋의 해녀할머니. 이제는 물질을 할 수 없을 만큼 늙었지만 갯바위에 붙은 우뭇가사리는 딸 힘은 남았다고 자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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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 나간 해녀가 딴 우뭇가사리를 말리는 할아버지. 재밌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사실은 힘든 물질은 평균나이 70이 넘은 할머니들의 몫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들은 할머니 해녀들이 따 온 우뭇가사리를 말리고 뭍으로 나르는 일을 주로 할 뿐, 직접 바다에서 물질을 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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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제주군 구좌읍 앞다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들. 빨간 부표같이 보이는 것이 테왁이다. 저 작은 테왁에 의존한채 해녀들은 물속에서 몇시간씩 우뭇가사리를 채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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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객이 제주 곽지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에 협재해수욕장이, 오른쪽에 이호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파도도 그리 높지 않다. 물이 빠지면 해수욕장에서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난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이 샘물은 몸을 씻는 것은 물론 식수로도 이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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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지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 외국관광객. 곽지해변은 제주시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에 협재해수욕장이, 오른쪽에 이호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파도도 그리 높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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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녀들이 갓 잡아 올린 문어를 손질하고 있는 ‘좀녀의 집’ 해녀 할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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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가장 모래밭이 넓은 표선해비치해변. 썰물 때면 큰마음 먹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바닷물을 만나는데, 바닷물에 발 담그고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 봤자 물은 무릎 부근에서 찰랑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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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서우봉해변의 현무암 위에 가로 놓여진 하치형 구름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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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해수욕장은 특이하게도 백사장 한가운데가 튀어 나와 마치 하트의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동서의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어도 반대쪽 바다는 잔잔하기 때문에 항시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국내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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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중문해수욕장. 활처럼 굽은 긴 백사장과 흑, 백, 적, 회색 등의 네 가지색을 띤 ‘진모살’이라는 모래가 특이한 해변으로 색달해변으로도 불린다. 패러세일링, 수상스키,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래프팅, 요트 투어 등 해양레포츠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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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중문해수욕장. 활처럼 굽은 긴 백사장과 흑, 백, 적, 회색 등의 네 가지색을 띤 ‘진모살’이라는 모래가 특이한 해변으로 색달해변으로도 불린다. 패러세일링, 수상스키,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래프팅, 요트 투어 등 해양레포츠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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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객들이 협재해변 입구에 놓인 조각상 뒤로 보이는 비양도를 바라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협재혀변은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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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 갯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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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 갯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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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에서 해초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의 모습. 협재해변은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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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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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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