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그 시대의 중심 산업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과거 1970~1980년대 중반은 섬유산업,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은 자동차산업, 1990년대 후반 이후는 반도체·전자부품 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다. 5~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산업이 급부상하며 한국경제도 격변기를 겪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20년은 어떤 산업이 급부상할까.
이데일리와 산업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과학부, 한국공학한림원이 제시한 20가지 미래 산업 가운데 성장성과 경제성을 갖추고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큰 12가지 핵심산업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의료기기, 부품·소재, 미디어, 우주항공 산업 등이 주된 대상이다.
◇ 미래의 플랫폼에 주목
최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VR(virtual reality·가상현실)를 21억 달러에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한 과감한 투자 결정 배경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다. 이젠 내일의 플랫폼에 대한 준비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을 잇는 플랫폼으로 가상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미래 플랫폼으로 대체현실, 웨어러블컴퓨터, 디지털사이니지(디지털 옥외광고), 뇌파 기술 등을 꼽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사물끼리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 필요할 때 알아서 작동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같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대체현실은 페이스북이 선택한 가상현실보다 훨씬 진일보한 산업이다. 이용자가 실제라고 인지하는 대체현실 내용을 임의 조작할 수 있어 심리치료, 엔터테인먼트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대체현실 산업이 10억원 성장하면 전·후방 산업에서 유발하는 생산파급액 규모는 25억9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는 본래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작업 매뉴얼을 봐야 하는 비행기 정비사를 위해 개발됐다. 최근 의료, 건강관리, 택배, 창고관리 분야로 응용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잇따라 내놓은 구글글라스와 말하는 신발 외에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소니의 스마트워치2, 퀄컴의 토크 등도 웨어러블 컴퓨터의 하나다.
뇌파기반 인터페이스는 놔파를 통해 컴퓨터나 기기 등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이미 미국 MIT와 IBM은 미래 기술로 꼽으며 기술개발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현재 뇌파 모니터링 기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080억달러(2012년)에 이른다. 2017년까지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보인다고 가정할 때 1630억달러의 시장 형성도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중증장애우를 위해 ‘뇌파 키보드’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디지털 옥외광고인 디지털 사이니지는 IT 및 콘텐츠 관련 기술이 융합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다. 미국 컨설기업인 IHS는 올해 글로벌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을 140억원으로 추정하며 2017년까지 171억달러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광훈 미래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미 포화 상태인 통신, 디스플레이, 광고 등의 산업에서 디지털 사이니지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물인터넷 세상..정보보안 산업 뜬다
이 같은 성장세는 융합보안산업과 빅데이터 산업을 수반한다. 미국의 네트워크장비 디자인 및 제조기업인 시스코(Cisco)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2013년 87억개에서 2020년 50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인터넷이 자동차, 물류, 의료, 가전, 금융, 전력,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 외부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해져 사이버 공간에 머물던 해킹 피해가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진다. 때문에 산업보안 제품의 경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조7000억원(2010년) 규모의 국내 융합보안시장이 연평균 32% 성장해 2018년 12조8000억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원식 미래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IT산업, 이종 산업과의 융·복합화 경향에 따라 다양한 산업분야에 보안 기능이 탑재되면서 시장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버려지던 데이터를 저장하고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끼리의 연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미래의 변화까지 예측가능해진다.
무심코 했던 행동패턴이 빅데이터로 쌓여 가상현실이나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연간 GDP 37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공공분야의 경우 10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윤성 미래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빅데이터 시장은 이미 성장기에 들어섰다”며 “2017년 기준으로 전세계 시장은 534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공심장부터 스마트카까지
미래의 수명연장의 꿈은 인공장기를 통해 실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심장질환자가 빠르게 늘며 인공심장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솔라텍과 하트웨어에서 한대당 1억원정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상용화 단계지만 2020년에는 최대 30조원의 시장 형성이 기대된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과 같은 통신망을 이용해 차량 스스로 운행하는 스마트카와 대형 재난 발생 시 사람 대신 방재·구호작업을 벌이는 재난대응로봇, 민간무인항공기 등도 미래의 대표산업이다.
스마트카는 현재 상용화 단계다. 2025년 형성될 시장규모는 최대 300조원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관련 로봇시장 규모는 연평균 55%씩 성장해 2019년 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무인항공기 산업은 치안, 소방, 농업 등 다방면에 활용되며 2017년 75억달러, 2023년 1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상훈 미래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그래핀 관련 기술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안정된 시장만 갖춰진다면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분들
최윤희 산업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 김상훈·신윤성·최광훈 ·황원식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