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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칼럼]노동생산성 향상 시급하다

김정민 기자I 2014.01.29 07:00:00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싱가포르·홍콩·대만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3달러로 조사 대상 126개국 중 30위로 세계 3위인 미국(67.3달러)의 48%에 불과하다. 경쟁국인 싱가포르(46.5달러)·홍콩(41.3달러)·대만(40달러)보다 상당히 낮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는 대감속 시대를 맞아 저출산·고령화의 충격과 생산 가능 인구 감소의 파고가 험난하다. 노동생산성 향상은 이를 헤쳐 나갈 유용한 해법이다.

문제는 생산성 저하가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2012년 시간당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8위였고, OECD 평균의 67% 수준에 머물렀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도 바닥 수준이었다.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2011년 1.9%, 2012년 0.2%, 2013년 1.7%로 세계 평균 증가율을 계속 밑돌았다. OECD 국가 중 가장 장시간 일하면서 생산성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어젠더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2012년 전체 취업자의 77.1%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높은 고용 비중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대비 서비스산업의 상대생산성은 2004년 65%에서 2008년 51.9%, 2011년 45.4%, 2012년 44.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낮은 상대생산성은 결국 낮은 임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위 생계형 창업이 도·소매, 음식점, 숙박업 등에 집중됨으로써 서비스산업의 저생산성 구조가 고착화됐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에서의 좋은 일자리 비중은 2002년 27.6%에서 2012년 29.8%로 10년간 불과 2% 증가하는데 그쳤다.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법률·의료·교육부문의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사회서비스 분야의 민간기업 육성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규제에 ‘약골’이 된 서비스산업으로는 미래가 없다.

다음으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를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버드대 데일 조겐슨 교수에 따르면 미국 생산성 향상의 80%가 자본과 노동 등 주요 생산요소에 대한 투자에 기인했다고 한다. 문제는 1980년대 12.7%, 90년대 9.1%였던 투자 증가율이 2001~2012년에는 3.4%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에 대한 기여도가 0.3% 포인트 떨어졌다. 투자 활성화가 결국 생산성 향상의 정답임을 잘 보여준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해법이다. 고용구조의 유연화를 통해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높은 부문으로 이동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촉진될 수 있다.

선진국의 70% 선인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8.3세로 산업현장의 노령화가 심각하다. 제조업에 젊은 피가 수혈돼야 한다.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 공급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의 임금 쓰나미로 저임금의 이점이 사라졌다. 임금 상승을 상쇄할 생산성 증대가 시급한 또 다른 이유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2030년에는 노동력 2.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생산성 향상은 우리 경제의 미션 제 1호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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