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첫 국적 크루즈선 ‘클럽하모니호’(2만6000t급)는 지난해 2월 닻을 올렸다가 1년도 채 안된 올해 1월 휴항에 들어갔다. 클럽하모니호를 운영하는 하모니크루즈가 닻을 내린 것은 400억원 안팎에 달하는 누적적자 탓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모니크루즈는 언제 다시 운항을 재개할지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업악화의 주요인으로는 선상 카지노의 부재가 꼽힌다. 통상 해외 주요 크루즈선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설계·운영된다. 카지노가 전체 매출의 약 40% 정도 차지할 만큼 주수익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모니크루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카지노를 운영하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한 관계자는 “크루즈산업에 대한 국내 인프라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
◇與, 크루즈 지원법 중점처리 의지
정부와 여당이 크루즈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육성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선상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한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이 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했다.
박근혜정부 인수위 시절 주요 국정과제에도 크루즈산업 활성화는 명시돼있으며, 정홍원 총리도 최근 대국민담화를 통해 크루즈산업의 경제효과를 직접 언급했다.
김재원 의원의 제정안은 국적 크루즈선의 선상 카지노 허가권을 기존 문광부 대신 해수부가 갖도록 했다. 선상 카지노 허용에 다소 보수적인 문광부 대신 크루즈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인 해수부로 허가주체를 바꾸도록 한 것이다. 허가과정에서 부처간 협의를 거치도록 했지만, 사실상 선상 카지노를 허용토록 한 셈이다.
김 의원은 “국적 크루즈선은 1척(클럽하모니호)에 불과하고 상품구색이 다양한 외국적 크루즈선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하다”면서 “특히 선상 카지노는 현행법상 사실상 허가가 곤란해 국적 크루즈선 육성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세계 크루즈산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다”면서 “이번 제정안으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野 “산업활성화 가장한 도박육성법”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도박 육성법’이라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후 법안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활성화라는 포장지로 도박육성이라는 독극물을 감춰놓았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특히 해수부 주도 하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토록 한 제정안을 두고서는 “선상 카지노에 보수적인 문광부를 우회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크루즈산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 여기에 선상 카지노 허용은 없다. 선상 카지노가 박 대통령의 의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도박 육성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관련기사 ◀
☞ [단독]鄭총리 담화 '크루즈산업 지원법' 과대포장 논란
☞ 민주 "鄭총리 담화는 허위과장광고.. 경제효과 뻥튀기"
☞ [크루즈 외딴섬 코리아③]조선1위 韓, 크루즈선 건조시대 언제 열리나
☞ [크루즈 외딴섬 코리아②]국내 첫 크루즈선 좌초.."돌아와요, 부산항에"
☞ [크루즈 외딴섬 코리아①]세계 초호화 크루즈선 "한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