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매출총량규제를 놓고 한도를 없애려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이를 거부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기재부가 복권판매를 늘리려는 것은 복지예산 등 돈을 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득세, 법인세를 올려 세수를 늘리려면 조세저항이 격렬하지만 복권사업은 ‘고통없는 세금’으로 불릴 정도로 별다른 거부감없이 세수확대에 기여한다. 더구나 복권은 발행비와 판매비용을 제외한 순수익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짭짤한 사업이다.
기재부는 복권의 유병률(특정 집단에서 중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어 매출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사감위 조사에 따르면 복권의 유병률은 10.9%로 경정(65.3%) 경륜(52.4%) 내국인 카지노(36.9%) 체육투표진흥권(스포츠토토 29.3%) 등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워 기재부는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사감위에 매년 복권발행 한도 확대를 요청하고 있으며 정해진 연간 매출한도를 지키지 않는 등 규제를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유병률이 낮다고 하지만 복권 역시 사행산업의 하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중 7명꼴로 복권을 산 적이 있을 정도로 사행성이 강하며 복권 구매가 다른 사행산업으로 빠져드는 계기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에 대한 인허가권이나 시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는 사감위로서는 한도설정이 유일한 제재수단이다. 따라서 이마저 내려 놓게 되면 사행산업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복권산업은 불경기일수록 호황을 누린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소득증가나 신분상승이 요원해질 때 사람들은 복권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러나 복권 구입은 얼마 없는 돈마저 호주머니에서 털리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경우 정기적인 복권구입은 주기적인 카지노 출입에 육박하는 지출을 동반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때문에 사행산업의 규모를 줄이기는 커녕 키우려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온당치 못하다. 사행산업은 한탕주의 의식을 심어주고 건전한 근로의식과 저축심리를 가로 막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