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며 호기롭게 시작됐던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7년여가 지난 지금 처량하고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31조원 규모 사업이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주저앉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나 어쩌면 용산 개발은 예고된 ‘참사’였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 수록 ‘탐욕’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용산개발은 코레일의 빚을 갚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4조5000억원 규모의 철도 부채를 갚으려고 코레일은 철도 정비창 부지 개발을 추진했다.
그런데 코레일은 단순히 땅만 팔지 않고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키웠다. 더 큰 개발 이익을 노렸던 것이다. 허준영 코레일 전 사장은 2011년 사업 기공식에서 “용산 개발가치가 67조원에 이른다니 얼마나 대단하냐”며 큰 기대를 걸었다. 그는 “움츠리고 리스크만 생각해서는 이 사업을 이룰 수 없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총사업비로 31조원을 투자해 67조원을 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있었던 셈이다.
용산개발이 시작됐던 당시는 부동산불패 신화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을 때다.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부동산투자처를 찾아 뛰어들었다. 문제는 여기에 서울시도 동참했다는 것이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강과 서부이촌동을 용산사업 부지에 포함시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본격 추진했다.
부동산정책에 문외한이었던 오 전 시장의 주변에는 ‘개발제일주의’ 인물들만 들끓었다. 이른바 ‘명품도시 서울’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보였다. 그 어느 누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실현 가능성을 논하려 하지 않았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였다.
용산개발에 참여한 민간 출자사들도 자사의 이익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다투게 된 것도 용산역세권개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사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서서히 멀어져 갔다. 부동산경기 불황과 맞물리면서 한때 금싸라기 땅처럼 여겨지던 용산의 꿈도 산산조각날 처지에 이르렀다.
그토록 ‘돈’을 좇던 사업 주체와 투자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발을 빼고 있다. 남은 것은 감당하기 힘든 빚 뿐이다. 안타깝게도 용산 개발은 탐욕의 끝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혹부리 영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