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간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남편, 지적장애 1급 아들까지. 남들은 불행할 것이라 했지만 최씨는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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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지난 98년부터 치매 증세를 보인 시어머니를 30년간 모셔왔다. 4~5년 전부터는 증상이 더 심해져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할 정도다.
남편 한경희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자"고 했지만, 최씨는 "그러면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한다"면서 오히려 남편을 설득했다. 남편은 이런 최씨가 고맙고 미안했다.
지난 2003년에는 남편 한씨가 간암 판정을 받았다. 크고 작은 수술만 11번을 했다. 간 이식 수술 후 면역 거부 반응으로 사경을 헤맸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최씨는 남편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은 영정 사진을 찍어 놓을 만큼 자포자기 상태였지만, 최씨가 남편을 붙들었다. "당신 살 수 있어, 살 수 있으니까 잘못된다는 생각은 하지말라"고 하루도 빠짐없이 용기를 줬다. 최씨의 간호 덕에 남편은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최씨도 아들 얘기에는 눈물부터 흘렸다. 최씨의 아들은 지적장애 1급이다. 태어날 때부터 복합적인 장애를 가졌다. 안면 기형 증세를 유발하는 크루존 병으로 코와 숨골, 그리고 항문까지 막힌 상태였다. 출생한 다음 날 배에 인공 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했다. 30번이 넘게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는 8년간 누워서 잠을 자지 못했다. 비강이 막혀 입으로만 숨을 쉬는 아들이 혹시 숨이 막힐까 봐 최씨는 항상 아들을 안고 잠을 자야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로 견뎠다.
어느덧 아들은 지금 20대 중반의 어른이 됐다. 식당에서 최씨를 도와 주방 보조 일을 한다. 남편은 "아내 덕에 아이가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척박한 삶이지만, 최씨는 이웃을 위한 나눔도 아낌이 없다. 남편이 취미로 연주해 온 색소폰을 아내와 아들이 함께 배웠고, 온 가족이 근처 요양원이나 양로원을 돌며 매달 공연 봉사를 다녔다.
바우네 집 문 앞에는 'forever love 덕'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깊은 사랑과 감사의 표시다. 남편 한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의 행복 요리사는 천사 덕이 아씨에요. 이 사람이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이렇게 건강하게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겁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정신적 기둥이자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입니다."
최씨는 지난 16일 삼성복지재단이 선정한 제36회 삼성효행상에서 효행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