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27일(현지시간) 거래를 혼조세로 마감했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으로 인해 소비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다만 다우 지수는 가까스로 상승하며 4거래일째 랠리를 이어갔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2.26포인트(0.12%) 상승한 1만537.69에서 장을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18포인트(0.36%) 하락한 2288.25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17포인트(0.10%) 내린 1113.84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다우 종목인 화학업체 듀퐁의 실적 개선을 호재로 반영하며 상승세로 출발했다. 듀퐁의 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소식에 주식 매수세가 몰렸다.
유럽 주요 은행인 UBS와 도이체방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은행주 강세로 연결되며 장 초반 주가 상승을 지지했다.
또 S&P-케이스쉴러가 발표한 5월 주택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4.6% 상승했다는 소식도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희망을 주며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개장 후 발표된 컨퍼런스보드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최저로 추락하자 주요 지수는 상승폭을 반납하고 한 때 하락세로 돌아섰다.
때 마침 유명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2012년 경기후퇴를 전망하고,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아울러 주식시장이 지난 사흘 연속 랠리를 이어온 데 따른 단기급등 부담감도 이날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다우 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00포인트 이상씩 올랐다.
다만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 고용이 늘어나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에 다우 지수는 강세로 돌아섰다. 결국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17개가 상승했고, 13개가 하락했다. 반면 나스닥과 S&P500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은 2년물 입찰 호조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는 소비 침체 우려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되며 강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는 소비지표 악화를 반영하며 2% 가까이 하락했다.
◇ 듀퐁 실적 개선에 급등..은행주도 강세
미국 3대 화학업체인 듀퐁은 2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11억7000만달러(주당 1.2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이익은 주당 1.17달러로 집계돼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주당 94센트를 상회했다. 시장의 기대보다 좋은 실적에 듀퐁 주가는 이날 거래에서 3.57% 뛰었다.
은행주는 유럽의 UBS와 도이체방크의 실적 개선 소식에 일제히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0.28%, JP모간은 0.89% 각각 올랐다.
반면 소매유통주는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을 악재로 반영하며 약세를 보였다. 갭은 3.94%, 베스트바이는 3.93%, 애버크롬비앤드피치는 3.12% 떨어졌다.
기술주 중에서는 애플이 이른바 `탈옥폰`을 허용한다고 밝힌 이후 1.85% 올랐고, 야후는 야후재팬이 구글과 제휴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1.41% 밀렸다.
◇ 소비심리 추락..주택가격은 반등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엇갈리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확인시켜줬다.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된 반면 주택가격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0.4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수정치인 54.3에서 하락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51을 밑돌았다.
특히 지수를 구성하는 항목 중에서 소득에 대한 기대는 1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쳐 소비 침체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향후 6개월 동안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 응답자의 비율은 10%를 기록해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현재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3%에 그친 반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은 43.5%에서 45.8%로 늘었다.
반면 S&P-케이스쉴러가 발표한 5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6년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5월 집값이 3.9% 올랐을 것으로 점쳤지만, 이같은 예상을 상회했다.
◇ 경제 전문가들 "경기후퇴 또 온다"
소비심리가 5개월 최저로 하락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날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더블딥은 우리 경제가 경기후퇴로부터 벗어나기 이전에 또 하나의 경기후퇴에 빠지는 것"이라며 "이러한 더블딥의 가능성은 50% 이상이다"고 강조했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가 크게 상승한 데 대해서도 그는 "주택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서도 "다만 경제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유명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에서는 매 4~6년마다 늘 경기후퇴가 있었다"며 "오는 2012년 또 다른 경기후퇴가 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다음 경기후퇴가 오면 (이에 대응할) 실탄이 부족할 것인 만큼 세계 경제가 더욱 나쁜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