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19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호재와 악재의 충돌로 등락을 거듭한 끝에 사흘만에 반등했다.
특히 기술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선 중국의 에너지 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항공 등 운송주와 소비 관련주가 동반 오름세를 타면서 주요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추가 부실자산 상각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씨티그룹의 고백으로 금융주가 약세를 나타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발 국제 유가 급락이 신용위기발 악재를 눌렀다.
또 컴퓨터용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은 리먼브러더스로부터의 이익 예상치 상향 조정에 힘입어 급등, 기술주 상승을 주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3위 은행인 BB&T가 배당금을 삭감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올해 배당금을 증액할 것이라고 발표, 급락세가 진정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063.09로 전일대비 34.03포인트(0.28%)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36포인트(1.33%) 급등한 2462.07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42.83으로 5.02포인트(0.38%) 상승했다.
◇유가 급락..`中 에너지 가격 인상→수요 감소`
국제 유가가 크게 내렸다.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에너지 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대두된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4.75달러(3.5%) 급락한 131.9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0일 이후 최저가다.
중국 정부는 현지 시간 20일 휘발유와 중유(디젤) 소매 가격을 18% 전격 인상키로 했다. 비행기 연료 가격도 25% 올릴 예정이다.
중국이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기는 8개월만의 일이다.
중국은 내달 1일부로 전기요금도 4.7% 올릴 계획이다.
MF 글로벌의 부사장인 마이클 핏츠패트릭은 "중국의 에너지 가격 인상은 에너지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항공주 , 소비 관련주 `동반 상승`..원유주 `하락`
그동안 고유가 여파에 짓눌렸던 항공주들이 급반등했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모회사인 AMR은 15.6% 치솟았다. 델타항공(DAL)과 유나이티드항공의 모회사인 UAL(UAUA)은 각각 17.0%와 23.8%씩 급등했다.
소비 관련주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유가 하락이 소비 위축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대형 할인점인 타겟(TGT)과 코스트코(COST)는 각각 1.8%씩 올랐다. 대형 백화점업체인 메이시(M)는 3.2% 상승했고, 대형 의류업체인 갭(GPS)은 2.1% 전진했다.
반면 원유 관련주는 동반 하락했다.
미국 최대 원유 메이저인 엑손 모빌(XOM)은 2.3% 떨어졌고, 셰브론(CVX)은 2.4% 뒷걸음질쳤다.
◇씨티그룹, "추가 상각 상당한 수준" 고백..금융주 하락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이 대규모 추가 상각 가능성을 고백, 금융주가 하락했다.
씨티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게리 크리텐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2분기 상각규모가 사상 최고였던 1분기의 60억달러에는 미치지 않겠지만 상당한(substantial)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텐든은 또 "암박파이낸셜 등이 최고 신용등급을 잃었기 때문에 모노라인이 보증한 유동화 증권에 대해서도 상각 손실을 반영해야할 것"이라며 "지난 분기의 15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텐든은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의 익스포저가 감소하고 있어 상각 규모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말했다.
지난해 여름 신용위기 발생 이후 씨티그룹이 재무제표에 반영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은 400억달러에 이른다.
씨티그룹(C)은 1.1% 하락했고, JP모간체이스(JPM)와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각각 0.2%와 0.8% 밀렸다. 리먼브러더스(LEH)는 1.2% 뒷걸음질쳤다.
◇브로드컴, AIG `상승`..서킷시티 `하락`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브로드컴(BRCM)은 리먼브러더스로부터의 이익 예상치 상향 조정에 힘입어 7.6% 급등하면서 기술주 상승을 주도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는 씨티그룹의 `매수` 추천에 힘입어 4.9% 올랐다.
씨티그룹은 AIG의 주가가 내년에 35% 상승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반면 미국 2위 전자유통업체인 서킷시티(CC)는 분기 적자 확대와 배당 중단 소식에 1.7% 떨어졌다.
서킷시티의 회계년도 1분기(3~5월) 순손실은 1억6480만달러(주당 1달러)로 전년동기의 5460만달러(주당 33센트) 보다 확대됐다. 서킷시티는 2분기에도 1억7000만달러~1억85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배당금 지급을 계속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美 필라델피아 제조업경기 7개월째 `위축`
미국 필라델피아의 제조업지수가 7개월 연속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마이너스(-)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6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15.6에서 -17.1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월가는 -10으로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밖 감소세를 나타냈다.
부문별로 보면 신규 주문은 전월의 -3.7에서 -12.4로 악화됐다. 선적 지수도 2.2에서 -6.7로 하락했다. 가격지불지수는 53.8에서 69.3으로 뛰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美 경기선행지수 2개월 연속 상승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과 같이 0.1% 상승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의 전망치인 보합세를 웃돈 것이다.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 뒤의 경기현황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경기후퇴(recession)라는 최악의 국면에는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美 신규실업수당청구 5000명↓ 38.1만명..`예상은 상회`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14일 마감)가 전주대비 5000명 감소한 38만100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7만5000명은 웃돌았다.
추세를 잘 보여주는 4주 평균도 3250명 증가한 37만5250명에 달했다.
1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는 306만명으로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의 252만명을 비교적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