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대학(컴퓨터공학과)을 졸업한 저우캉(周康·22)은 아침 일찍 베이징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쪽방을 나섰다. 지난달 29일. 한 달 집세 200위안(약 2만4000원)짜리 사글세방으로, 누우면 친구 2명과 어깨가 닿는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무작정 베이징에 와 이미 6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출근’이지만 연말이라고 멈출 수는 없다.
행선지는 베이징의 IT 단지인 중관춘(中關村)의 인재시장(人材市場). 매주 화·수·금요일이면 이곳에서 중소기업들이 직원을 뽑는다. 6개월 드나들다 보니, 저우캉 일행이 경비원들과 인사하는 품은 마치 오래된 친구 같다. 하지만 기업들은 저우캉을 외면한다. “50곳 넘게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지방대 졸업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저우캉은 말했다.
그는 이미 한계상황까지 왔다. 가진 돈이 바닥났다. 끼니를 1위안(약 120원)짜리 길거리 음식으로 때워도, 시급히 직장을 못 구하면 베이징 생활은 끝이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베이징 시청(西城)구의 취업센터. 열흘 일정의 중소기업 취업박람회 마지막 날. 영하의 날씨에도 1시간 만에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10명을 뽑는다는 한 통신회사 창구에 입사지원서 100장이 쌓이는 데는 40분이 채 안 걸렸다. 막내딸(임상병리학 전공)을 대신해 지원서를 쓰고 있던 리(李)모씨는 “취업박람회만 여섯 곳 다녔다. 딸이 기죽을까 봐 온갖 연줄은 다 동원하고 있는데 참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가 대졸 청년의 취업난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시골 출신으로 무작정 도시로 노동을 하러 와 떠도는 민공(民工)들과 함께, 중국 실업 문제의 양대 축이다. 이미 중국 사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뇌관(雷管)이 됐다. 경제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데 실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기업 입장에선 ‘쓸 만한’ 졸업생이 없고, 그런데도 대학졸업자는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급증한다. 올해만 졸업생 415만명 중 60%가 ‘백수’가 되고, 2010년엔 대졸 실업자가 1400만명으로 늘어난다.
지방대 졸업생은 더 서럽다. 랴오닝(遼寧)성의 대학 전임강사 쑹하이롄(宋海蓮)씨는 “학생이나 교수들 사이에 서로 상대방 학과의 취업률을 묻는 것은 실례”라고 말했다. 취업률이 10%를 밑도는 곳도 수두룩하다.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최고 명문대생들은 잘나가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다. 베이징대 의대 졸업생 우샤오펑(武小鋒)은 지금 고향 랴오닝성에서 꼬치를 만들어 판다. 대학 때 실습하던 병원 인턴 시험에서 떨어져 다른 병원에 취업하려 했지만, 베이징 시내 병원들은 베이징 호구(戶口·우리의 주민등록제와 비슷하나 옮기기가 까다로움)가 없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랴오닝성 병원, 다롄(大連)시 병원에 “월급 1000위안(약 12만원)만 주면 된다”고 매달렸지만 답은 “자리가 없다”였다. 작년 11월엔 직장을 못 구한 칭화대 대학원생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작년 공식 실업률은 4.2%. 그러나 실제는 10%를 넘었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취업보다는 ‘연애’에 주력해, 졸업 전에 결혼하는 여대생들을 일컫는 ‘곡선취업(曲線就業)’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직접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대신, 좋은 직장을 가진 남성을 배우자로 맞는 ‘우회로’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부유한 남성을 사로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신데렐라 만들기’ 학원이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