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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외국계 출신 `전성시대` 가속

김기성 기자I 2004.10.10 10:26:11

시중은행장 8명중 6명 외국계 출신 또는 외국인
국민 한미 조흥 우리 제일 외환↔하나 신한 `토종`
외국자본 급속 유입 주요인..`과대포장` 경계해야

[edaily 김기성기자] 통합 2기 국민은행장에 씨티은행 출신인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내정됨에 따라 외국계 출신의 은행장 `전성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가 확정되면서 8개 시중은행중 국민 한미 조흥 우리 제일 외환 등 6개 은행장이 외국계 은행 출신이거나 외국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불과 지난해말 만해도 조흥, 제일, 한미 등 3개 은행장이 외국계 출신이거나 외국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외환, 우리, 국민 등 3개 은행이 가세하면서 6명으로 단숨에 늘었다. 강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미국 다트머스대학 경제학과 출신으로 79년부터 시티은행 뉴욕본사와 서울지점, 뱅커스트러스트, 도이치방크 한국대표 등을 지낸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이달말로 퇴임하는 김정태 행장 후임의 강 내정자는 오는 29일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달 1일 국민은행(060000) 통합 2기 은행장에 취임하게 된다. 막판까지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에 올랐으나 스스로 `고사(苦辭)`한 하영구 한미은행장(한국씨티은행장)도 씨티은행 출신이다. 그는 씨티은행 한국투자금융그룹 대표, 한국기업 금융그룹 부대표, 아시아·라틴아메리카 지역본부 임원을 거쳐 2001년 한미은행장에 취임했다. 최동수 조흥은행장도 미국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 부지점장과 호주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장 등을 거친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삼성에 입사했다가 퇴사, 영국 뱅커스 트러스트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8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과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은 아예 외국인이다. 그나마 8개 시중은행중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토종 은행 출신이다. 외국계 출신 은행장의 `전성시대` 구가는 환란 이후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입으로 외국계 투자자들의 입김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8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이례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 2명이 참석, 외국인 주주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게다가 외국계 출신은 행장에게만 그치지 않고 있다. 외국계 출신의 임원들도 급부상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리차드 웨커 수석부행장은 GE캐피탈 자회사인 GE카드사를 경영한 외국인이다. 조흥은행은 지난 3월 HSBC 부대표 출신인 최인준씨를 종합금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조흥은행 김재유 부행장도 뱅크오브 보스턴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을 거쳤고 한미은행 기업여신담당 이명섭 부행장은 체이스맨해튼은행, 크락커내쇼날은행 출신이다. 하나은행 투자은행사업본부인 방효진 부행장보는 미국의 멜론은행과 골드만삭스 한국 투자은행 책임자를 역임했다. 국민은행 이증락 부행장은 맥킨지 컨설팅을 거친 기업여신 전문가이고 올해초 전략기획팀장에 영입된 이성원씨도 맥킨지 컨설팅 출신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외국계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투명성 제고 등 선진금융기법 도입에 있어 적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출신에 대한 `과대포장`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른 관계자는 "조직의 화학적 통합 등 난제가 수두룩한 국내 은행 환경에서 과연 외국계 출신이 성과를 내고 있느냐는 다른 차원"이라며 "실제 성과를 바탕으로 한 능력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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