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스닥시장은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게 확실시되고 있다. 연말 랠리 가능성을 점치던게 한두달전이고, 대통령선거의 혼란만 마무리되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않았던게 불과 몇주전일인데, 이제 나스닥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UBS워버그의 빌 쉬나이더는 "기업 실적이 실망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때까지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며 "게다가 펀드매니저들의 연말 포지션 관리, 또 연말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절세를 위해 손해본 종목의 매도에 나서고 있는 점 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그룬털의 토드 골드는 현재로선 추가 하락을 모면하면서 바닥을 다지는게 최선인 것같다고 내다봤다. 일시적인 반등과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톱니형" 패턴을 통해 바닥을 다질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루이스 팍스는 나스닥지수가 2,100선을 테스트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팍스는 바닥다지기 작업이 자칫하면 몇 개월을 끌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번쯤 다시 폭락하면서 대량 거래를 수반해, 매도물량을 한꺼번에 쓸어내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 폭락의 주범은 메릴린치였다. 메릴린치가 시스코, IBM, 휴렛팩커드의 투자등급을 한꺼번에 하향조정하는 바람에 기술주들이 폭락을 맛봐야 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그동안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해오던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가 입장을 다소 바꿔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인버그는 내년 미국경제가 연착륙보다는 다소 거친 착륙과정을 겪게 될 것같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이어지는 경착륙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한 것이지만, 연착륙(soft landing)보다는 힘든 거친 착륙(rougher landing)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변경한것이다.
스타인버그는 또 내년 상반기안에 FRB가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전망은 대부분 0.5%포인트 인하였는데 1%포인트 인하 전망이 나온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의 하락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인버그는 1%포인트 금리인하 전망의 근거로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미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메릴린치는 내년에 가장 성적이 좋은 주식으로 헬쓰케어와 에너지를 꼽았다. 이 두 업종의 상승률은 14%에 이를 것이라는게 메릴린치의 전망이다.
또 첨단기술주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첨단기술주는 유틸리티와 함께 10%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메릴린치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메릴린치의 직전 상승률 전망치 15%보다 낮은 것이고 최근 몇 년간의 평균 30% 상승률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메릴린치는 내년에 하락세를 보일 업종으로 4개를 지목했다. 경기순환주(consumer cyclicals, 자동차, 주택, 제지 등 경기순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자본재(capital goods), 기초산업(basic industry), 텔레콤서비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