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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내전 끝내려면···탄핵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법조프리즘]

최은영 기자I 2025.03.17 05:15:00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지난 주말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사법연수원 동기들을 만났다.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정치 얘기가 빠질 리 없고 더구나 여러 법적 쟁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조인들이 모였음에도 그 누구도 정치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제 아무리 친한 동기 사이라 하더라도 정치 성향은 어떤지 모르니 서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민감한 대화를 피하는 게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라가 둘로 쪼개져 싸우는 현 상황에서 적어도 상대가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모습만으로도 성숙해보였다.

12·3 비상계엄 이후 주말이면 서울 시내는 탄핵찬반 집회와 시위들로 몸살을 앓는다. 교통체증은 당연하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욕설과 물리적 충돌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섰다. 갈등이 격화하며 시민 두 명이 분신을 시도해 사망하는 일이 있었으며 법원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도 발생했다. 이러한 갈등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며 잦아들기는커녕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윤 대통령 석방까지 더해지며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누가 대한민국은 현재 ‘심리적 내전’ 상태에 처해 있다고 했다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걱정되는 건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심리적 내전에 불과하지만 선고 후에는 실제 내전에 준하는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상급심도 없는 헌재의 결정이 이 갈등의 최종 해결책이 돼야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놓더라도 그 누구도 승복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결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진영을 결집시켜 상대 진영을 향한 적개심만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를 탓하고 검찰과 공수처를 탓하고 법원을 탓하면서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나라가 두 쪽이 난’ 상황을 만들어낸 윤 대통령이나 야당이나 서로 ‘애국’과 ‘민주주의’를 앞세우지만 정작 갈등과 반목이 장기화하며 국력을 잃고 국민 대다수가 지쳐가는 건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우리끼리 둘로 갈라져 싸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론이 분열하고 불안한 정치 상황에 정책은 올스톱 상태가 됐다. 공무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는 고통받고 국제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불안한 모습이다.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발 무역 분쟁 등 앞으로 닥쳐올 외환(外患)에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 안에서 내란과 내전을 벌이는 꼴이라니 한심하다 못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야당, 양측이 그렇게 부르짖는 ‘애국’과 ‘민주주의’는 이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서로 ‘네 탓’ 하며 반목할수록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국민은 그 누구도 지지하지 못하고 둘 다 싫다는 양비론과 회의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진정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눈앞의 지지자들 너머에 있는 국민을 바라보고 ‘싸움’과 ‘투쟁’이 아니라 ‘통합’과 ‘포용’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걸음이 바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흔들리는 배 안에서는 아무리 좋은 선장이라도 항해를 완주할 수 없다. 국민 역시 개개인의 정치 성향은 잠시 접어두고 헌재의 판단에 성숙하게 승복하고 이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애국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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