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하기 전 채취한 혈액으로 배양검사를 실시해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라는 장내 세균을 검출했다. 또 이후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을 신생아들 사망 원인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원내 감염에 따른 신생아 사망 정황이 밝혀졌고, 감염을 막기 위한 병원의 사전 조치 소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은 담당 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 모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고, 이 가운데 3명은 구속됐다.
피의자 구속까지 이루어졌지만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결국 의료진이 무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9년 2월 21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의료진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2022년 2월 16일 열린 2심에서도 법원은 1심 결론을 유지했다. 2022년 12월 15일 열린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이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5년에 걸친 재판은 의료진의 무죄로 결론이 났다.
숱한 논란에도 재판에서 의료진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의료진의 과실과 신생아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문제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주사기가 피해자들 뿐만 아닌 다른 신생아들의 기저귀, 주사기, 거즈 등과 함께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주사제 관리 부실이 실제로 주사기 오염으로 이어진 것인지 명확히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의료진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오염된 주사기를 사망한 피해 신생아들에게 사용한 것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과실에 따른 신생아 사망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이 재판은 피해자 측과 의료진 측에 모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를 옹호하는 대다수 의료 소비자들은 의료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고히 해 사법과 의료 부문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고, 의학계에는 병원사고에 대한 이례적인 의료진 기소로 위험부담이 큰 의료행위에 대한 기피 현상을 강화했다.
또 이 사건은 현대 사회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에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는 동시에 사법 제도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의문도 낳았다. 의료와 같이 사망과 같은 극단적인 부작용을 동반하는 서비스 행위에 대해 국가 사법이 어디까지 작용해야 하는 것이 옳으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그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누군가가 죽었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상식적인 정의감에 호소하는 한편, 의료행위의 부작용은 필연적이므로 형사적 처벌이 아닌 손해 배상과 같은 민사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이 대립한다. 이 근본적 입장 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