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 붙은 기업 체감경기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에 따르면 전산업 업황 BSI가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한 69로 집계됐다. 제조업 업황 BSI도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 전산업 업황 BSI는 지난 2월에는 68까지 하락해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반등 폭이 아직은 미약하고 업종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모처럼 만의 청신호다.
기업 체감경기를 밀어 올린 주역은 반도체 수출이다. 정보기술(IT) 산업 불황과 중국 경기침체의 여파로 맥을 못추던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1.8%, 금액 기준으로는 65.3%나 늘었다. 물량 기준 증가율은 11년8개월, 금액 기준 증가율은 6년2개월 만에 각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메모리 감산으로 수급 개선이 이뤄진 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수출 전망도 밝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하면 반도체 수출 호전의 낙수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수출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내수는 얼어붙고 있다.특히 건설경기가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는 경기 악화 뿐만 아니라 금융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정부가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5.5% 감소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전월 대비 5.6%가 줄었다.
기업 투자가 늘지 않는 한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투자 물꼬를 터야 한다. LG와 현대차그룹이 그제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내놓았다.
LG는 연구개발과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산업 분야에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향후 3년간 68조원을 국내에 투자해 8만개의 일자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이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 실행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