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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시베리아 감옥서 사망

김상윤 기자I 2024.02.17 02:34:05

내달 러 대선 앞두고 의문사
당국 “산책 후 쓰러져 사망”
반체제 운동 주도 30년 이상 징역형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러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8·사진)가 16일(현지 시간)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다음 달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혀온 나발니가 갑작스레 의문사한 것이다.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사진=AFP)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나발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방 교도소 당국은 “죄수 나발니는 산책 직후 몸이 좋지 않다더니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며 “즉시 의료진이 필요한 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최종 사망을 확인했다.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이라고 성명을 냈다.

크렘림궁은 성명 직후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을 보고했다”며 “사인을 규명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들은 나발니가 중독으로 인한 혈전 문제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로 쓰러져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귀국하자마자 구속기소 돼 제대로 몸을 회복하지 못했다.

나발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계 후손으로 모스크바 근교에서 태어나 법학과 금융을 전공했으며 미국 예일대에서도 유학했다. 이후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푸틴과 고위 인사들의 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했고,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특히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득표율 27%를 올리는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으로부터 수차례 박해를 받고 생명의 위협을 당했다. 2020년 8월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여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귀국하자마자 체포돼 구속기소됐다. 2017년 괴한이 뿌린 녹색 염료를 맞아 한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을 했다. 나발니가 사망한 제3 교도소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나발니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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