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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부진했던 것을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 손꼽는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476대로 작년보다 30% 감소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585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보다 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기차 판매 감소는 국내 시장에서만 국한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7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보다 25.5% 성장하는 데 그쳤다. 5월(55.5%)과 6월(35%), 5월(55.5%)과 비교해도 최근 석 달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32%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판매량 증가율이 미국 71%, 중국 109%였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가 둔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가시화하자 현대차의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수요 둔화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김평모 BD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경쟁 기업들보다 가격이 높고 브랜드 전략이 단순하기 때문”이라며 “올 하반기 현대차그룹에서 하위 모델 전기차 출시가 기다리고 있지만, 단기 시장 점유율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임단협 타결 여부가 3분기 실적의 변수로 부상한 점도 관심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44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 강세와 완성차 평균 판매단가 상승,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화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임단협 장기화 여부에 따라 9월 내수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노조는 단협 교섭이 난항을 이어가자 이날부터 토요일 특근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9월 자동차 판매량은 파업 여부에 따라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더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부족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문제가 거의 해결된 만큼 노사관리가 향후 생산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주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