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13위(2022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경제’에 실린 ‘OECD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202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49.4달러로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쳤다. 1위인 아일랜드(155.5달러)의 3분의1에 불과하고, OECD 평균(64.7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 뿐이다.
한국이 매우 낮은 노동생산성으로도 세계 13위 경제대국을 일궈낸 것은 놀랍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부족한 생산성을 노동 투입량으로 메꾸는 ‘양적 성장’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는 1인당 연간 1910시간(2021년)을 일한다. 이는 독일(1349시간)의 1.4배나 되며 프랑스(1490시간) 영국(1497시간) 일본(1607시간)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길다.
그러나 양적 성장전략은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가파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20년 뒤 855만명, 50년 뒤에는 2000만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길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경제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2050년에는 성장률이 0%로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OECD는 2033년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고, 2047년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해법은 서비스업에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지수는 지난해 109.9(2015년=100)로 제조업(123.5)보다 현저히 낮다. 낙후됐다는 것은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제조업만 우대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관광 의료 정보통신업 등 고부가 업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국회는 수년째 묶인 서비스발전기본법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