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르긴 올랐는데…여전히 파는 외국인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0포인트(0.17%) 오른 2508.80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의 오름세다. 하지만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를 좌우하는 외국인은 이날도 334억원을 팔며 7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4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기간이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동안 6885억원을 팔았다.
외국인 연속 순매도의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특히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의 주식에서 돈을 빼내 안정적인 현금(달러)을 보유하려 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지연되며 미국 국고채 10년물이 4.3%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의 매력이 주식의 매력보다 높아지는데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인하나 주요 은행들의 등급 강등 우려까지 불거지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을 기존 연 3.55%에서 3.45%로 0.1%포인트(p) 인하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데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미국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정책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인민은행은 5년짜리 LPR 금리는 연 4.2%로 동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국이 만만디(慢慢的·천천히) 방식의 관리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경우 중국의 성장률은 3~4%로 하향하면서 저성장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1달러당 7.1987위안으로 고시했지만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는 1달러당 7.22~7.23선에서 움직였고, 장 중 한때 7.3114까지 올라섰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것보다 더 낮게 위안화 가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원화가 위안화의 대리통화로 쓰이며 두 통화의 ‘동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가치가 오르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42.6원를 기록, 9개월 래 최고점을 찍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그중에서도 원화와 중국 위안화는 같은 방향성을 띠는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가능성이 원·달러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이 주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일 경우, 아무리 국내 유동성이 풍부하더라도 지수 반등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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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진에 3분기 실적 기대도 ‘주춤’
중국의 경기 부진은 코스피 대형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출’ 업종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3조6761억위안(약 675조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4.5%)를 크게 밑돈 수치다. 게다가 7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3.7%로 전월(4.45%)과 시장 전망치(4.5%)에 못 미쳤다.
중국 내수시장에 빨간 불이 켜지자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수출에도 우려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78억5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도 10.7%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와 견준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째 감소세다. 이달에도 수출은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24.7% 줄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 속에 코스피의 기둥인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간 13.5%(3조3405억→2조9666억원) 쪼그라들었고,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같은 기간 6.73%(9조2030억→8조5829억원) 감소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회복 지연으로 기업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도 위축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경기 회복에 기대감을 확대하던 소재나 화학 등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코스피가 최근 2500선까지 내려온 만큼 여전히 ‘가격매력’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급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과도한 하락 흐름이 전개된 만큼 반작용의 힘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중국의 실물경제 부진으로 한국 수출에 대한 기대도 약해져 있지만, 낮아진 기대감이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