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생한 ‘돈 봉투’ 사건의 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의 내막은 “모르는 일”이라며 “모든 문제를 해결한 후 복당하겠다”고 말해 일각의 정계 은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미 자신의 측근들이 집단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수사를 통해 확인된 상황이지만 꼬리 자르기를 통해 법적 책임을 피한 후 정치적으로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은 이번 사건이 내년 총선의 최대 악재로 떠오르면서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이나 출당, 정계 은퇴 등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처음엔 검찰의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라고 반발하다 돈 봉투를 받은 의원 명단이 나돌고 사건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진술과 육성 녹음 파일이 생생히 공개되자 급격히 태세를 전환했다. 당초 이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려던 송 전 대표도 이런 압박에 당과의 선긋기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송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판도라의 상자인 이 전 사무부총장의 전화 녹취록에는 강래구 전 한수원 감사가 돈봉투 전달에 대해 송 전 대표가 잘했다고 칭찬하는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송 전 대표가 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발언한 내용도 들어 있다. 검찰이 입수한 전체 3만 개 파일 중 10분의 1만 분석이 끝난 상태라고 하는데 나머지 파일마저 마무리되면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탈당한다고 진실이 가려지진 않는다. 해당 사건을 몰랐더라도 캠프 내에서 이런 부패스캔들이 일어났다면 깔끔히 정계 은퇴를 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도 복당 운운하는 송 전 대표를 보면 아직 미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오늘 오후 귀국 예정인 그는 계속 발뺌을 하며 여론전을 펼칠 것이다. 파렴치한 일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한 본격 수사가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검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신속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