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다올자산운용 펀드 매니저는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VIP자산운용의 자문을 받아 우량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다올KTB VIP스타셀렉션 펀드’는 지난 11일 기준 연초 이후 34.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13.93% 오른 코스피를 훌쩍 상회했다. 3년 수익률은 127.07%, 5년 수익률은 104.32%로 꾸준히 시장을 웃돌았다.
|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 기준 올해 코스피가 14.54%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31.64% 뛰었다. 기준금리 정점 기대감 속 경기 침체로 대형주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밝은 특정 중소형주로 수급 쏠림 현상이 부각됐다.
이 매니저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이 둔화되고 은행 사태 이후 기준금리 정점 컨센서스로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면서 증시에 우호적”이라며 “시장의 유동성도 지난해보다 긍정적으로 개인이 지속 유입되고 있고, 코로나19 때처럼 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대형주들의 실적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성장 모멘텀이 강한 섹터에 대해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증시에도 최상위 수익률을 기록 중인 코스닥은 시가총액 상위 2차전지가 상당 부분 끌어올렸다. 일부 종목이 과도하게 올랐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장기 성장 여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매니저는 “2차전지처럼 고성장하는 산업은 1년 후보다는 2년, 3년 후 실적 추정치로 평가하는데, 산업 성장성이 예상보다 강해 펀드에서 일부 과도하게 오른 종목을 제외하고 연중 핵심 업종으로 둘 생각”이라며 “주가가 비싸지면 추가 증설·수주가 발표되고,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는 과정이 한동안 반복될 것으로 보여 밸류에이션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2차전지·IT, 올해 펀드 핵심 축…에코프로는 뺐다
다올KTB VIP스타셀렉션 펀드는 가치주가 아닌 경기 불확실성에도 구조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성장주 30~40개에 집중 투자한다. 가격 전가력이 높아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롭고 전방 수요가 증가할 저평가 기업들을 발굴한다.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미국 전기차 성장에 밀접한 2차전지 셀·소재 밸류체인 △하반기 업황 반등이 기대되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지배구조 이슈로 도마 위에 오른 엔터 종목들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펀드의 상위 편입 종목은 한솔케미칼(014680)(11.2%), 엘앤씨바이오(290650)(9.5%), 솔루엠(248070)(9.5%) 엔켐(348370)(7.7%), 삼성SDI(006400)(7.7%), 메리츠금융지주(138040)(7.2%) 등이다.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에코프로(086520)는 2차전지 핵심 종목이지만, 펀드에 담고 있지 않다. 이 매니저는 “성장성이 좋더라도 수급 쏠림이 과도한 종목들은 편출하고, 가격 매력이 생기면 매입한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등 측면에서 기업 실적 성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가 예상되는 의료기기, 주주행동 부각 속 들썩인 저평가된 종목들의 비중도 늘렸다. 이 매니저는 “지배구조 이슈가 있던 엔터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중장기 기업가치가 기대되는 메리츠그룹주, 경영권 분쟁과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두드러진 소부장 종목 비중을 확대했다”고 했다.
◇ 중소형株 상반기 긍정적…하반기 대형주 수급 이동 대응
중소형주 모멘텀은 상반기까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하반기엔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라 코스피 대형주로 수급이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펀드에서도 이에 맞춰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중심으로 일찍이 대응에 나섰다.
이 매니저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는 2분기까지 상당히 암울하지만, 3분기 반등하고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수급이 몰릴 수 있다”며 “대형주 외 강세가 예상되는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3%에 그칠 것으로 봤고, 저성장 국면에서 시장은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프리미엄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다만 CPI 흐름이 예상을 벗어나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재점화될 가능성을 리스크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