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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앤컴퍼니가 최근 공개한 ‘헬스케어 PE 마켓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헬스케어 관련 투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도 거래 규모 및 건수 측면에서 선방했다. 지난 한해간 이 산업에서 이뤄진 딜은 약 400건으로, 총 규모는 900억~1000억 달러 수준이다. 한화로는 약 114조~12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신기록을 경신한 지난 2021년 대비 거래 건수와 규모는 각각 115건과 500억 달러 가량이 줄었지만, 침체된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글로벌 PE들의 관심은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경기 불확실성에도 규모 있는 엑시트(자금 회수)도 속속 이뤄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억 달러(6285억 원) 이상 규모의 헬스케어 엑시트는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뉴욕 기반의 PE인 워버그 핀커스는 1차 및 응급치료 관련 기업 서밋헬스시티MD를 1차 진료 서비스 업체 빌리지MD에 매각했다. 이 밖에 영국 기반의 특수진단 기업 ‘더바인딩사이트’에 투자했던 스웨덴 투자사 노르딕 캐피탈 역시 지난해 약 26억 달러에 써모피셔사이언티픽에 지분을 매각하며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베인앤컴퍼니는 경기 불확실성에도 의미 있는 규모의 엑시트가 속속 이뤄진 것에 대해 “헬스케어는 여전히 강력하고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이 산업을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접근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장 역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헬스케어 산업에서 잠재력 있는 딜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시기”라며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헬스케어 산업의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투자사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올해도 헬스케어 투자 확대 기조 뚜렷
헬스케어에 대한 강도 높은 투자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현 시장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데 한창이어서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산하의 투자전문회사 사노피벤처스는 에버그린 벤처펀드에 7억 5000만 달러(약 9470억 원) 이상을 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사노피 측은 그간 투자금의 80%는 바이오 치료제에, 20%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쏟았던 만큼,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선 바이오 전문 VC인 데일리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500억 원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회사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펀드로, 올 초부터 본격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 외에 휴젤 투자로 이름을 알린 BNH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해 말 752억 원 규모의 스마트바이오헬스케어 펀드 결성을 마쳤다. 이를 통해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팔로우온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는 국내 PE 사이에서 다소 생소한 투자 분야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잠재력 있는 기업에 투자해 기회를 찾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속속 포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