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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색·환율상승 탓…韓기업 절반, 내년 투자시계 '제로'

이준기 기자I 2022.12.05 06:00:00

전경련, 500대 기업 '2023년 국내 투자계획' 조사
양대 투자 리스크…글로벌 경기 둔화·환율 상승세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 기업 절반가량이 내년 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했더라도 규모를 확대한 곳보다 줄인 곳이 더 많았다. 자금시장 경색과 글로벌 경기둔화, 고환율 등 불안한 경제여건에 따른 것이다. 투자 둔화는 고용 축소, 소득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소비위축으로 재차 이어질 수밖에 없어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8.6포인트) 해 4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48.0%는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10.0%)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38.0%)고 답변했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52.0%에 그쳤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과반(67.3%)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라고 답했지만, 투자를 축소할 것(19.2%)이라는 응답이 확대(13.5%)보다 많아 전반적으로 내년 투자실적은 올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점쳐졌다.

투자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금융시장 경색 및 자금조달 애로(28.6%)와 △원·달러 환율상승(18.6%) △내수시장 위축(17.6%) 등이 꼽혔다. 반대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미래비전 확보(52.4%) △업계 내 경쟁 심화(19.0%) △불황기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 강화 도모(14.3%) 등을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전경련 제공
응답기업 64.0%는 내년 하반기 이후를 투자 활성화 시점으로 봤다. ‘기약 없다’는 답변도 26.0%에 달했다.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 비중은 5.0%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내년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양대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29.1%)와 △환율 상승세 지속(21.3%)을 꼽았다. 이어 △고물가(15.3%) △글로벌 긴축 및 금리상승 지속(15.3%) △과도한 민간부채 및 금융시장 부실화(9.7%)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고환율 지속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에 직면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투자 여력이 반감될 수 있다”고 했다.

전경련 제공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 과제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24.6%)을 가장 먼저 바랐다. 자금조달 시장 활성화(22.0%)와 기업규제 완화(14.7%),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13.7%) 등도 주요 과제로 봤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하고 투자자금 조달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사전에 강구해 자금시장 경색을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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