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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에 울려퍼지는 K-금융...그들은 어떻게 베트남을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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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I 2022.11.09 05:00:00

<한-베트남 수교 30주년 특별기획>
韓 디지털 역량, 현지 최대 자산으로
현지 은행들, ''코리아 데스크'' 신설
SBV, 한국 당국과 협업해 정책 추진

[하노이·호찌민(베트남) =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1.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광고는 신한은행이다. 제2 도시이자 경제 수도인 호찌민 국제공항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공항 광고는 외국인을 맞이하는 그 나라의 첫인상이다. 신한은행에 가장 좋은 자리 광고를 내줄 만큼 베트남에서의 한국 금융회사 입지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2.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경남랜드마크72. 이 건물 1층에 자리한 우리은행 하노이지점엔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5개 창구가 꽉 찼고 30여명의 학생이 객장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트남은 점심 때 객장 문을 아예 닫는데, 오후 1시쯤 닫힌 객장 앞엔 학생 10여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한국 유학 센터’이기도 한 이 지점에서 우리은행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이었다.

베트남 금융시장에 ‘K-금융’이 울려 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선두를 달리는 중이며 우리은행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은행 지점(외은지점)으로 진출한 다른 은행들의 약진하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위치에 신한은행 광고가 걸려 있다. 공항을 빠져나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2층 눈높이에서 신한은행 광고를 볼 수 있다. 이 광고는 좌우 양측에 가장 크게 걸려 있다.(사진=서대웅 기자)
외국계 은행의 20%가 한국

어느 나라든 외국 은행 자본은 철저히 정부 인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자국의 신용 창출 기능을 아무 곳에나 허가할 경우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베트남은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힌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모든 은행의 신용 성장률(일종의 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할 정도다.

이처럼 보수적인 환경에서도 한국 금융회사 진출은 돋보인다. 지금까지 SBV는 9개 은행에 법인 인가를 내줬는데 그중 2곳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또 SBV는 지점으로 들어온 은행에 최대 2곳(하노이·호찌민)에만 외은지점 인가를 내주고 있는데, 총 50곳 중 9곳이 우리나라 지점이다. 외국계 법인과 외은 지점의 20%가 한국 금융회사다.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는 베트남 금융시장을 외국계 은행 중에선 한국 금융회사들이 선점한 셈이다. 베트남 내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는 “해외 유수 은행들이 법인 또는 지점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SBV는 부실 은행을 인수하면 인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에 이만큼 법인과 지점을 내준 것도 사실상 특혜에 가깝다”고 했다.

베트남 내 순위권 현지 은행들이 ‘코리아 데스크’를 신설하는 점도 한국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종의 RM(Relationship Manager)인 이들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물론 한국 금융회사도 전담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RM은 기업영업을 위해 두지만 베트남 은행들은 디지털 등 역량을 익히기 위해 한국 금융사와도 관계를 트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경남랜드마크72 1층에 자리한 우리은행 하노이지점. 이 지점은 ‘한국 유학 센터’이기도 하다.(사진=서대웅 기자)
디지털 역량 강화하는 韓 은행들

실제로 한국은행들의 디지털 역량은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주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100% 비대면 개인 신용대출 출시를 인가받았는데 49개 은행 중 최초였다. 우리은행 역시 100% 비대면 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대출 신청은 비대면으로 가능하지만 대출금을 받으려면 아직까진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한 주재원은 “베트남 금융시장은 한국의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시장 같다”고 했다. 향후 수년간 국가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직 금융시장 선진화는 이루지 못했으나 금융의 디지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관계자도 “한국의 디지털 역량은 베트남에서의 최고 자산”이라고 했다.

외은지점으로 진출한 은행들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중이다. 국민은행 하노이지점은 베트남결제공사(NAPAS)와 연계해 실시간 동화(VAD) 이체 서비스를 구현했다. 또 자체적인 개인 대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모바일뱅킹 인프라를 구축했다. 외은 지점 단위에서 자체 모형을 구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영업 대상을 기업에서 개인으로 확대해 현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 하노이지점 역시 디지털뱅킹 고도화를 통해 내년 비대면 대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현지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NAPAS 망을 통해 구현한 실시간 송금 서비스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민필부 하나은행 하노이지점장은 “기업 영업 시 재생 에너지를 중시하는 점을 확인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한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 농협은행은 4대 국영은행인 아그리뱅크와 연계해 무계좌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송금인이 농협은행에서 돈을 보내면 수취인이 아그리뱅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경남랜드마크72 1층에 자리한 우리은행 하노이지점. ‘한국 유학 센터’이기도 한 이 지점에 우리은행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예비 유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서대웅 기자)
SBV도 한국 당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임춘하 금융감독원 하노이사무소장은 “베트남 당국은 한국 금융시장의 변천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며 “특히 한국 금융의 디지털화에 관심이 매우 많다”고 했다. SBV는 디지털 금융 고객 비중을 2025년까지 70%, 2030년까지 80%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산업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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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수교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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