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상어 사체 전시한 이마트, 불법 아냐 왜?[헬프! 애니멀]

김화빈 기자I 2022.10.24 06:00:00

50년 전보다 개체수 71% 줄었다…연간 1억마리 상어 포획
해수부, 멸종위기종 상어 2개체만 보호 지정
해양보호생물도 위원회 추천으로 선정
최근 6년간 해양보호생물 5252마리 폐사
전문가 "해수부 책임 방기…국제적 수준 맞춰야"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2022년 7월 30일 이마트 용산점이 수산물 코너에 죽은 상어를 전시해 ‘포토존’을 만들었다가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용산점은 해당 이벤트를 철수한 뒤 고객 사과문을 게재했다.

◇멸종위기종을 ‘마케팅’으로 활용한 이마트 용산점

전시된 상어는 무역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 동·식물 국제협약(CITES) 2급인 ‘백상아리’였다. 백상아리는 국제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을 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종이다. 다만, 용산점에 전시된 백상아리는 국내 해안서 포획된 개체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한국에선 백상아리 포획이 가능해서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백상아리가 전시된 모습 (사진=SNS 갈무리)
백상아리를 전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마트 용산점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수산 매장 내에서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색 어종인 상어를 전시하고 포토존을 운영했다”며 “매장 운영에 있어 고객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해 사죄드린다. 앞으로 고객의 생각을 더 살피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마트는 멸종위기종 2급 동물을 자사 ‘마케팅’에 활용한 데 대해선 언급이나 사과가 없었다. 무분별한 이용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 1일 논평에서 “불법이 아니더라도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사회의 보편적 상식을 벗어난 비윤리적 행위”라며 “정부 기관은 국제적 기준으로 보호할 생물이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시민 상식에 벗어난 행위에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세계 멸종위기종인데 한국선 보호 못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현재 상어종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50년 전보다 개체 수는 71% 줄었다. 이들은 샥스핀 등을 위한 포획·남획으로 연간 약 1억 마리의 상어 개체수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샥스핀 조업은 살아 있는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자른 후 상어를 바다에 던져 죽인다. 내던져진 상어는 천천히 바닷속에서 고통을 느끼며 질식해 죽는다. 지난 2019년 캐나다는 자국 해역에서 샥스핀 목적의 상어 도살 및 샥스핀 수출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에선 서울 기준 올해 13개 호텔서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한국은 1993년 7월 9일 CITES에 가입했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16조에 기반해 CITES 규제를 총괄한다. CITES는 크게 1·2·3 부속서(등급)로 나뉜다. 1급은 상업적 국제거래가 전면 금지된 것으로 오직 학술·연구 목적의 거래만 가능하다. 2급은 상업적 국제거래가 가능하나 규제가 없을 시 멸종될 위험이 매우 높은 개체군이 포함된다. 3급은 2급에 비해 더 완화된 규제 적용이 가능한 개체군이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생물이 국내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을 때다. 앞서 언급한 백상아리는 멸종위기종 2급이지만, 국내선 포획이 가능하다. 엄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이 국내 현행법상 ‘보호종’에 속하지 않거나 ‘국제거래’로 반입되지 않았다면 합법인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개체를 파악하고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보호하는 것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부칙 제10조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장관은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돼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식물을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해 줄 것을 환경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또한 해수부는 동법에 의거해 보호가치가 높은 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자체 지정할 수 있다.

2016년 발표된 ‘한국 연근해 상어류 분포 및 IUCN과 CITES에 등록된 상어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어 중 CITES에 등재되어 있는 상어는 홍살귀상어, 귀상어, 돌묵상어, 고래상어, 백상아리이며 모두 2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해수부는 고래상어와 홍살귀상어만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관련 기관서 추천 받아” 해양보호생물 지정하는 해수부

해수부는 관련 분야별 학회에 추천을 받아 평가위원회를 구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해양보호생물종을 지정한다. 해수부는 작년에 2번 올해 1번 평가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해수부 차원에서 해양 멸종위기종 동·식물 모니터링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생물보호종 지정에 대해 “관련 기관에서 ‘지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추천을 받아 지정하는 것이며 (회의 횟수 등을 지정한) 의무적 규정은 없다”며 “CITES종에 대한 모니터링은 별도로 없지만, 국내서 서식하는 해양생물 전반에 대한 해양생태계종합조사를 매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해수부가 해양보호생물지정을 위원회 뜻대로 하는 것이다.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해수부가 국제적 수준에 맞춰 해양보호생물을 지정해야 함에도 어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상어는 혼획이 비일비재해 수협이나 위판장에서 상어를 따로 모아놓은 곳이 있을 정도다. 다른 선진국에선 혼획된 CITES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게 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할 때 CITES종의 현행법상 보호종 지정률이 현저히 낮다”며 “심각한 생물 멸종 현황 대비 우리 법령 수준은 현저히 떨어진다.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에선 1973년 공포된 멸종위기종보호법(ESA)에 의해 1600종 이상이 보호받고 있다. 호주 디킨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혹등고래는 1979년 800마리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1만 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바다사자도 1990년부터 매년 6%씩 증가해 2013년에는 6만 마리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환경부서 지정한 267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해수부에서 지정한 88종의 해양보호생물만을 보호 중이다.

해수부가 멸종위기종 보호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들이 최근 6년간 5252건 폐사했다. 해수부는 해조류·어류 등을 제외하고 어민들이 폐사 신고한 포유류 18종과 파충류 5종을 집계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전세계 멸종위기종이자 해양보호생물종인 상괭이는 혼획으로 폐사한 비율이 65%에 달했다. 상괭이의 폐사는 전체 건수 대비 약 96%나 된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혼획 저감장치를 연구를 개발 중이나 어민들이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사용을 꺼리면서 보급률은 3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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