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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4~6주 후 일상생활… 3개월 지나면 90% 회복

이순용 기자I 2022.09.11 07:34:42

수술 전 간이식 적합성 살펴야… 염증·지방간 있으면 안 돼
국내 간이식 수술 세계 최고 수준… 이식 후 합병증 주의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간이식은 간암, 간염, 알코올성 간경화, 간부전 등 환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치료를 말한다. 기존의 손상된 간을 제거하고 타인의 새로운 간을 제공하는 수술적 방법이 적용된다. 간이식은 기증자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수술은 물론 평생 지속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요법에 있어서도 조심하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간이식은 사체(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구분한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장기 등 이식 및 이체조직 기증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시행된 간이식 건수 총 1543건 가운데 74.4%가 생체 간이식, 25.6%가 뇌사자 간이식이었다.

이순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통 생체 간이식에서 수혜자는 60~70%, 기증자는 30~40%의 간을 갖게 되지만 공여자와 수혜자의 간 모두 2~3개월 정도 지나면 80~90% 크기로 회복된다”며 “수술 후 1주일이면 약 60%, 3개월이면 90% 정도 회복되는데, 이처럼 간의 뛰어난 재생능력이 생체 간이식을 할 수 있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4~6주 지나면 일상생활도 가능

이식 수술 후 요양 기간은 약 4~6주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3~6개월 이후에는 수술 전 원래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된다. 기증자 역시 수술 후 충분히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수술 전에는 반드시 기증자의 간이식 적합성 검사를 면밀히 시행해야 한다. 특히 생체 간이식은 생체 기증자의 간 기증 이후 안전성이 중요하다. 이상적인 기증자의 조건은 건강한 만 19세 이상, 적합한 체중과 혈액형, 정상적인 간의 구조와 기능이다. 이외에 B형·C형간염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이 없어야 한다.

간의 크기는 수혜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용적의 이식편을 받는 것이 유리하고, 생체 기증자는 가능한 적은 용적의 이식편을 할애하는 것이 안전하다. 안전한 공여자의 잔존 간 용적은 정상 간의 30% 이상이다. 보통 60~70%를 차지하는 우측 간을 이용해 공여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심한 염증이 있거나 지방간이 있으면 안 된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지방간이 있는 경우가 많아 공여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사전에 지방간 관리도 중요하다. 심한 경우 체중 감량을 통해 지방간 호전을 확인한 뒤 기증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간이식 ‘세계 최고 수준’… 이식 후 합병증 주의해야

수술 시간은 간이식 수혜자의 경우 보통 8~10시간 소요되는 반면, 간 절제술을 하는 공여자는 5~6시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다만 수혜자 수술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이식은 매우 크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면서도 “국내는 지속적인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진들의 노력을 통해 수술 시간과 예후가 전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공여자는 보통 건강한 환자들이기 때문에 짧게는 7일, 보통 10~14일 정도 입원하게 된다. 반면 수혜자는 간이식을 한 뒤 짧게는 3주, 일반적으로는 한 달 정도의 입원 기간을 가진다. 이 기간 동안 초기에는 중환자실에서 급성합병증의 발생 유무와 환자 상태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이후는 일반병실로 이동해 면역억제제 조절 및 혈액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검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모니터링한다. 수술만큼이나 이식 후 합병증의 위험이 없도록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순규 교수는 “간을 이식하게 되면 혈관과 담관을 연결하게 되는데, 혈관으로 피가 잘 흐르는지 초음파나 CT 등을 통해 확인하고, 혈액검사에서는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면서 “이들 검사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결과를 얻게 되면 점차 면역억제제 용량을 조절하며 퇴원을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간이식 후에는 혈관과 담도합병증, 감염, 거부반응 등 크게 3가지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만큼 거부반응의 위험성이 높다. 이순규 교수는 “간은 신장이나 다른 장기에 비해 기본적으로 면역반응이 더 적게 발생하는 관용의 성격을 띠지만, 거부반응의 위험은 간과하기 어렵다”며 “특히 이식 초기에는 면역억제제를 잘 복용하고, 적정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주된 이유는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서다. 면역억제제의 용량이나 종류는 비슷하지만 환자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같은 용량을 복용하더라도 환자마다 대사가 달라 혈중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혈중농도를 확인하며 환자마다 용량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이식 환자들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게 된다. 다만 간의 경우 일부 환자에서는 면역억제제를 중단하는 면역관용을 이루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기저 간질환의 재발을 막기 위한 관리, 면역억제제를 포함한 관리, 거부반응 등의 합병증 발생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식 후 장기 합병증인 신기능 저하, 암의 발생 등에 대한 검진, 검사 등도 필요하다.

이식 후에는 오랜 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주의가 중요하다. 특히 이식 초기에는 높은 용량을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높다. 특히 이식 후 3개월 안에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유는 거부반응의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또 이를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가 이식 후 초기에 높기 때문이다. 이때 담도합병증이나 혈관 문합부 합병증 등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순규 교수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감기로 지나가는 상황이 간이식 환자들에게는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이식 후 초기(3개월~1년)에는 일반적으로 세균, 바이러스 감염이 많다”며 “이외에 흔히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세포 바이러스나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 칸디다(Candida albicans)나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와 같은 진균 감염도 일반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간이식 직후엔 대인접촉 삼가고 날음식 피해야

일상생활 속 간이식 환자의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 후 3개월 정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 감기에 걸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여러 감염성 질환을 막기 위해 손씻기의 생활화 등 개인 위생관리도 중요하다.

수술 후 3개월까지는 채소나 과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 6~12개월까지는 세균성 질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익히지 않은 음식은 피한다. 자몽 또는 자몽주스는 면역억제제의 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버섯, 한약, 생약, 녹즙 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심각한 간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외에 특별히 피해야 할 음식은 없다. 다만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순규 교수는 “이식 후 초기만 되어도 말기 간부전 환자들의 경우 몸이 회복되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시간이 흘러 간의 크기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급성기를 지나게 되면 면역억제제 용량도 줄고, 합병증의 위험도가 줄면서 안정기에 접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간이식도 완전한 치료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식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특히 음주는 피해야 하고, 즙과 같이 잠재적인 독성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며 “만약 다른 질환으로 진료를 받을 경우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라는 걸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는 주로 간에서 대사가 되는데 이러한 약제가 다른 약물들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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