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있는 경남 함양. 이곳은 죽염이 탄생한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천일염을 구워 만든 죽염에는 총 55가지 미네랄을 함유해 ‘미네랄 보고’(寶庫)라고도 불린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겪는 과정에서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반 소금 대신 죽염을 찾은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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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구에 들어서니 하얀 포대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천일염이라고 쓰여 있었다. 정병조 부사장은 “죽염 원재료인 천일염은 모두 서해안에서 들여온다. 이후 3년 동안 간수를 빼고 바람에 건조한 것만 엄선해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올해 죽염을 만드는 데 쓰는 천일염은 2019년 이전에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간수가 충분히 빠진 천일염을 직원들은 일정한 크기로 잘린 대나무(왕대) 통 안에 넣었다. 이후 황토로 대나무 통 입구를 막았다. 천일염이 담긴 대나무 통은 소나무 장작들이 놓인 쇠가마로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쇠가마 안을 보니 타버린 소나무 잔해들 사이사이에 대나무 통을 닮은 원통 모양 천일염 덩어리들이 있었다. 소나무 장작을 통해 8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지는 과정에서 단단한 결정체로 변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원통 모양 천일염 덩어리를 다시 잘게 부쉈다. 그리고 또다시 대나무 통에 넣은 뒤 쇠가마로 향했다. 천일염은 이렇게 800도 이상 고온에서 구워지는 과정을 총 8회 반복한다고 한다. 정 부사장은 “천일염이 구워지는 동안 불순물은 제거된다. 반대로 대나무, 소나무에서 나온 식물성 유황이 스며든다”며 “죽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불(火) △물(水) △대나무(木) △쇠가마(金) △황토(土) 등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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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염은 굽고 다시 부수고 굽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완성된다. 만들어지는 기간은 25일 정도 걸린다. 죽염은 이후 이물질 제거, 품질 검사 등 과정을 거쳐 일반소비자들에 전달된다. 통상 9회 죽염은 고가에 팔리기 때문에 인산가는 죽염 대중화를 위해 1회, 4회 구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통상 1회, 4회 죽염 제품은 김장을 담그는 등 죽염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곳에 쓰인다고 한다.
인산가는 죽염을 활용해 장류, 가정간편식(HMR) 등도 만든다. 현재까지 HMR 제품으로 ‘순백명란’, ‘죽염간장게장’ 등을 출시했으며, 이중 순백명란은 한 홈쇼핑 방송에서 5회 연속 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씨실’ 브랜드로 죽염을 함유한 화장품, 샴푸, 비누 등을 만들기도 한다. 인산가 죽염, 씨실 등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아마존, 일본 라쿠텐 등에서도 판매하는 등 이미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인산가는 죽염 효과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죽염공장 인근에 21만722㎡(약 6만4000평) 규모로 ‘인산죽염항노화지역특화농공단지’(이하 항노화농공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날 찾은 항노화농공단지 부지 곳곳에선 토목공사를 마친 뒤 건축물을 지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김윤세 인산가 회장은 “항노화농공단지는 그동안 산업단지와는 개념이 다른, 농·공·상을 융합한 혁신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향후 죽염공장을 이곳 단지로 이전하는 한편, 호텔과 리조트, 박물관, 도서관, 영화관, 음악감상실 등을 갖춰 누구나 와서 힐링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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