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작
미로 헤매다 빠져나와 다른 미로 가는 길
''길이 모인 우리 사는 세상을 ''미로''로 봐
서로 도움 주고받으며 사는 모습 은유해
| 박성수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사진=도로시살롱)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첩첩이 둘러친 벽을 더듬으며 출구를 찾아 헤매는, 그리 반갑지 고통에 가까운 않은 상상. 세상이 ‘미로’라 부르는 그거다. 결말이 명쾌하긴 쉽지 않다. 뱅뱅 돌다가 나갈 길을 찾기는커녕 더 깊숙이 빠진 채 끝내 버리니까. 그런데 저 미로는 좀 다르다. 군데군데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보이니까.
작가 박성수는 그런 미로를 그린다. 작가의 미로에는 실 같은 끈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주사위도 있고 타로도 있다. 결정적으로는 손이 있다. 바로 “구불구불한 미로 속에서 함께 자신의 길을 찾고 또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한 거다. 작가에게 미로는 ‘길이 모여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란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캐릭터도 한몫을 한다. ‘빙고’와 ‘모모’라는 하얀 개와 빨간 고양이라는데, 이들을 통해 마치 사람이 그런 것처럼 “미로 안에서 여정을 즐기며 길을 거닐기도 하고 지쳐 쓰러지기도 하며, 갇히기도 담을 타고 넘기도 하며,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스치기도 한다”는 거다. “미로를 헤매다 다른 미로를 만들고 그 미로를 다행히 빠져나와 다음 미로로 가는 길”, 그 일상의 반복이 ‘희망을 놓지 않던 순간엔’(2022)에 그린 인생살이란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죽을 만큼 화났다가, 미칠 만큼 좋았다가’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60×60㎝.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
| 박성수 ‘사라지지 않을 시간들’(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도로시살롱) |
|
| 박성수 ‘모두의 순간’(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도로시살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