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부 조직개편, 정책 실행력 높이는데 집중해야

송길호 기자I 2022.04.04 06:15:00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보수 진영의 후보가 당선되고뒤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인수위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신정부의 공약을 다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정부의 공약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도록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이다. 아직 인수위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다양한 조직개편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국가에 부여된 행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인적ㆍ물적설비가 구비된 행정기관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행정은 공무원의 행위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해당공무원은 복잡하게 얽힌 행정조직을 통해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결국 행정조직의 문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내부적 관계를 넘어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다.

이에 우리 헌법 제96조는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소위 ‘행정조직 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법정주의의 근본적인 취지는 행정조직 간 임무배분의 명확성을 통해 행정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며, 국가 행정조직에 대한 의회 통제권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행정조직의 경우에도 직무범위를 효율적, 체계적으로 설계하여 중복이나 비효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국 행정조직 설계의 2대 원칙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성’과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하거나 조정하는 ‘효율성’이라고 할 것이다.

우선 민주성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당선인의 어떤 비전에 찬성한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정책변경이 필요한 것인지, 나아가 이 경우 반드시 행정조직의 변화기 필요한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코로나 극복을 통한 경제회복, 불평등 해소, 기술패권 및 안보 강화, 기후변화 대응, 인구감소와 고령화 대응, 공정과 법치의 확립 등이 신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정조직의 개편 내용은 무엇일까. 일부 기능 조정은 필요할 수 있으나 기존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부처를 신설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부처 조직의 한계로 인해 정책수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조직 통폐합을 진행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신정부의 공약대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개편 방향은 무엇일까. 최근 기술과 시장 변화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분야별 관련성과 중첩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처 간에 동일한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특정한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중복과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안보, 기후에너지, 디지털 분야가 그러하다. 전통적인 외교 안보에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자원안보가 중첩되고 있고, 기후에너지도 산업, 환경, 에너지 등이 중첩된다. 범용기술인 데이터, 플랫폼, AI 정책도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런 중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업무를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 중심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그동안 정부의 정책조정 기능은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한 지시통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 형태가 바람직하다. 민관위원회가 사실상 정책결정을 하고 부처의 실행도 챙기는 것이 필요하며, 다만, 실효성 있는 위원회 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관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요란하게 계획은 수립하지만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는 과시형 위원회가 된다.

사실 여소야대 구조로 인해 법 개정이 필요한 하드웨어적인 조직 변경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도 크지 않다. 오히려 향후 신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다부처 관련, 국가 핵심 정책과제에 대한 조정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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