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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득 “민주화 이후 가장 무능…거품 걷히면 文지지율 20%”[만났습니다]①

이성기 기자I 2021.10.28 06:00:00

국내 대통령학 권위자 함성득 교수 인터뷰
제왕적 대통령제 자체 보단 결국 리더십 문제
차기 지도자, 경청의 자세와 타협의 태도 필요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공정’은 추상적 개념이자 결과물이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여야 모두 ‘공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위선’이다.”

국내 대통령학 분야 개척자이자 권위자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세상 모두가 공정하다 해도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소용없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남에게만 도덕성을 강조하는 위선이 적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내 대통령학 권위자이자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의 저자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2주년이었던 이날 공교롭게도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도 영욕의 삶을 마감했다. 함 교수는 “한 시대가 정리돼야 하는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봐선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내년 문재인 정부 5년의 공과(功過)를 평가하는 책을 출간 예정이라는 함 교수는 “민주화 이후 가장 무능한 정부였다”고 평가절하 했다.

함 교수는 “임기 5년차에도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결집 효과’(Rally Effect) 덕분”이라며 “거품이 걷힌 정상적 지지율은 19~20%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학 용어인 ‘Rally Effect’의 정식 명칭은 ‘the rally round the flag effect’로, 국가적 위기 아래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강한 지지 효과를 일컫는다.

그 근거로 개별 정책에 대한 지지율을 들었다. 함 교수는 “경제, 인사, 부동산 등 어느 하나 지지율이 30% 넘는 게 없다”면서 “K-방역 역시 성숙한 시민 의식, 의료진의 수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희생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이 될 지도자에게는 경청의 자세와 타협의 태도를 주문했다. 함 교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임기는 60개월, 일수로는 1800일”이라며 “자신이 진주 목걸이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5년 임기는 진주 한 알에 불과하다. 야망이 커지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함 교수와의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 5년 공과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민주화 이후 가장 무능한 정부였다. 탄핵 임기 5년차 지지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결집 효과’(Rally Effect) 덕분이다. 전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적폐청산 세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세력이 (지지율을)떠받치고 있다. 거품이 걷힌다면 19~20%가 정상적이다.

-여야 모두 차기 대선 시대 정신으로 ‘공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공정 했다는 방증이지만, 문제는 위선이다. 전두환도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웠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정 사회 추구했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공정을 내세워 성공한 사람이 없다. 시대적 과제는 상식이 통하고 위선이 적은 사회다.

-차기 지도자의 자질로 ‘개방형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열린 청와대’를 표방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을 제외하면 그렇지 못 했다. 정치라는 게 죽고 사는 게임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할 수밖에 없다. 본인은 잘못 하면서도 남에게 도덕성을 강조하는 위선적 사회가 문제다. 오만하지 않고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기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이 높다.

△현실 정치에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제도 탓만은 아니다. 국회 해산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장관을 하며 견제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한 일도 있지 않았나. 권력을 행사한 리더십 문제로 제왕적 대통령이 있었을 뿐이다.

-미래 비전·정책 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하라는데 꿈 같은 소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성장률 7%,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7대 강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 등 설익은 경제 정책들은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다. 내년 대선도 과거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 누가 되든 ‘친문’(친문재인) 신(新) 적폐 세력을 어떻게 청산하느냐가 주제가 될 것이다. 이재명·윤석열·홍준표 세 사람의 여론지지가 높은 것도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하고 나쁜 남자’ 이미지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공고해져야 하는데 5년 단임제다 보니 위법하거나 국익에 반해도 부역하는 공무원들이 생긴다. 출세를 위한 행위를 철저히 처벌해야만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정권 재창출·정권 교체 민심이 엇갈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정권 교체 성격이 강하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면 이 정부를 계승한다는 면에서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를 택했어야 한다.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치의 숙명이다.

-차기 대통령에게 주문할 내용이 있다면.

△선하고 깨끗하고 도덕성 있는 사람이라고 결코 훌륭한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 와도 실패할 수 있고 능력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자리가 대통령이란 자리다. 기본은 겸손, 오만하면 안 된다. 국가는 실험장이나 OJT(on-the-job training·직무수행과 병행하는 교육훈련)의 장이 아니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는 힘들다. ‘청년기본소득’ 지급 등 기성세대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월 5만원씩 지급하는 `용돈`이 아니라 40세 미만에게 100만원씩 지급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1년에 125조원으로 가능하다. 젊은 층의 인구가 계속 감소하니 필요한 예산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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