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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3000만원, 쪼그라든 '마통'

전선형 기자I 2021.09.09 04:00:00

카뱅, 신용ㆍ마통 기존보다 2000만원 줄여
시중은행, NH농협 제외 모두 마통 5000만원
보험ㆍ저축은행도 가계대출 상품 속속 중단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대출절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데 이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무려 3000만원까지 축소했다.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은행뿐 아니라 2금융사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액 압박으로 대출상품 취급을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대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마통, 1억5000만원→3000만원까지 축소

8일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6시 신규 취급분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2000만원씩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는 기존 최대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최대 5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들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정부정책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빠르게 축소해왔다. 출범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신용대출 1억5000억원 한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억원으로 줄였고 지난 5월에는 7000만원, 이번엔 5000만원으로 줄였다. 마이너스통장 또한 한도가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월 1억원, 지난 5월엔 그 절반인 5000만원, 이번엔 3000만원으로 줄였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1년도 안 된 사이에 무려 80%가 쪼그라든 셈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그간 고신용 대출의 매력도를 내리는 정책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한도를 비슷하게 낮추면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상품인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상품의 한도는 유지한다. 이들 상품의 최대 한도는 1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이 같은 결정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및 중금리대출 확대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에게 총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관리할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7월(9조 7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6월(6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 규제 수치보단 조금 여유로운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성장기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총량 규제를 맞추려면 빠듯한 상황이다. 이미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월 직장인 신용대출 최고한도(상품별 상이)를 기존 2억~1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1억원 수준으로 5000만원씩 인하했다. 지난달부터는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조정했다. 마이너스통장은 2월부터 5000만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신용대출(하나원큐)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였고,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도 5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직장인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WON하는 직장인 대출’ 최고한도를 최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했다.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는 올해 1월부터 5000만원으로 조정된 상태다. KB국민은행도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 축소를 이달 내 시행 검토중이다.

다만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은 아직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까지 줄이진 않았다. 현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일반 직장인 대상 상품) 모두 최대한도가 1억원이다. 다만, 대출은 ‘연소득 10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케이뱅크도 아직은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지는 않은 상태다. 케이뱅크 신용대출 최대한도는 2억5000만원, 마이너스통장은 1억5000만원이다.

2금융권도 신용대출 조이기…영업점 혼선

은행 뿐만 아니라 2금융권도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DB손해보험은 지난 1일부터 자사 신용대출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오는 12월31일까지 홈페이지·모바일·콜센터 등 모든 채널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계획에 따라 전년 대비 증가율을 조절하기 위해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도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 연봉 내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총량에 걸려 전세담보대출 등의 상품판매를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거의 매일매일 규제가 생겨나고 있고, 은행권마다 한도도 변하니 영업점에서도 상당한 혼선을 빚고 있다”며 “특히 고객들은 앞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지 못할까봐 미리 받아놓고자 하는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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