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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 이 작가의 붓길을 따라나서면 도시가 보인다. 그이의 도시는 거대하고 거창하며 화려하고 휘황한 곳이 아니다. 그저 늘 봐왔던, 어느 집 발코니나 계단, 건축물의 모퉁이 같은, 지나치게 평범해서 섭섭하기까지 한 곳이다.
그런데 이들 속에서 작가는 사회문화적 현상과 분위기를 뽑아내고 주목받지 못한 채 배경으로만 남았던 이질적 부조화를 그럴듯하게 형상화하는 거다. ‘무제’란 타이틀 연작으로 내놓은 ‘서울 신도림 녹색다리’(Green Bridges, Shindorim, Seoul·2020)도 다르지 않을 터.
단출한 묘사지만 차갑지 않은 서정성을 얹은 기하학적 리듬, 밀도 있는 색채의 탐구는 작가의 장기다. 2009년부터 홍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 작가의 작품에 서울 속 공간 묘사가 적잖았던 이유다.
7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갤러리JJ서 여는 개인전 ‘저스트 페인팅’(Just Painting)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0×60㎝. 작가 소장. 갤러리JJ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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