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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인간의 양면성을 그린다…레진 ‘들개-불발’

김정유 기자I 2020.12.26 06:00:00

2014년 개봉 영화 ‘들개’를 재해석한 스핀오프 웹툰
사제폭탄범 과거 둘러싼 이야기, 인간 본질 그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 ‘들개-불발’

세상엔 무수한 종류의 인간들이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우리의 눈에는 모든 타인은 그저 일반 군중들일 뿐이다. 레진 ‘들개-불발’은 이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웹툰으로 투영시켜 보여준다. 개인으로 살아갈 때와, 사회에 섞여 살아갈 때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 웹툰은 2014년 개봉한 영화 ‘들개’를 재해석,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 호응을 얻었다.

이 웹툰은 영화 ‘들개’ 속 배경에서 몇년이 지난 시점을 그렸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구’를 그대로 가져오되, 새로운 캐릭터인 ‘지상’과 ‘지선’ 남매를 함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웹툰은 형사인 지상과 사제폭탄범이란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정구의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된다. 분명 범죄자이지만 그만의 사정이 있던 정구, 형사임에도 정구를 쉽사리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하는 지상의 사정이 그려진다. ‘들개-불발’에서는 경찰조차 선인지, 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중간에 등장하는 ‘오승희’라는 형사는 사건을 키워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는 기회주의 인물인데, 오히려 폭탄폭발범보다 더 악함이 도사리고 있다.

웹툰은 형사 지상의 좌천으로 시작된다. 아내와 이혼 후 잦은 사고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 지상. 그에겐 유일한 혈육 여동생 지선이 있다. 지선은 어느 날 지상에게 자신의 결혼 상대자인 정구를 소개시켜 준다. 지상과는 반대로 깔끔하고 번듯한 정구의 모습에 지상은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낀다. 통역사인 지선이 영국으로 한 달간 떠나게 되면서 지상과 정구는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정구는 지상의 눈에 들기 위해 살갑게 행동한다.

누가 봐도 착한 일반 직장인의 모습을 한 정구는 사실 5년 전까지 사제폭탄을 만들어 팔던 범죄자다. 개과천선하고 일반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갑자기 폭탄 제작을 물어보는 의문의 문자를 받으면서 정구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진다. 결국 문자를 보낸 당사자와 만난 정구. 하지만 문제의 인물은 야외에서 사제폭탄을 폭발시키며 의도적으로 정구를 끌어들인다. 이때부터 폭탄 구매자와 정구의 심리게임이 시작되고, 이후 형사인 지상까지 엮이면서 사건은 점차 혼란에 빠지게 된다.

스토리는 과거 정구가 벌인 일에 원한을 품은 폭탄 구매자가 의도적으로 정구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과정을 그려낸다. 웹툰을 보다보면 분명 정구는 범죄자가 맞다. 이제 손을 깨끗이 씻고 다른 삶을 찾으려고 하지만, 과거 그가 벌인 범죄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 과연 정구가 일반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게 옳은 걸까. 깊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웹툰이다.

한편, 그림을 담당한 김정현 작가는 그간 드라마나 영화, 게임의 원작을 웹툰으로 재해석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왔다. 그의 작품으로는 2014년 일본 후지TV의 드라마 ‘메꽃’을 만화화한 ‘메꽃~오후 3시의 연인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만화로 재해석 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 & 소울’을 웹툰으로 그린 ‘블레이드 & 소울 : 주술사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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